[理知논술/대입논술 실전 특강]이화여대 2008수시논술문제 해설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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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2008학년도 수시 논술 문제 해설

(문제 전문은 이화여대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을 수 있습니다)

《2008학년도 이화여대 2학기 수시모집 논술고사에는 공통문제 4개와 계열문제 3개 등 총 7문제가 출제됐습니다. 공통문제는 다문화주의를 주제로 했고, 인문계열 문제는 기대 수명과 기대 여명, 물에 대한 인식 등을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지면관계상 공통문제 중 수리문제를 제외한 [문제 1]∼[문제 3]에 대해서만 다루겠습니다.》

여러 문항에 걸쳐 논제 구성

답안의 논리적 일관성 중요

[문제 1]

제시문 (나)의 관점으로 제시문 (가)에 나타난 ‘히잡’ 착용의 의미를 분석하라는 비교적 평이한 문제입니다. 제시문 (나)는 소수 집단 내의 개인적 권리를 중시하자는 다문화주의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소수 집단의 외적 보호를 인정하고 내적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주장이죠. 소수 집단의 요구는 내적 제재와 외적 보호로 나뉩니다. 내적 제재는 소수 집단이 그 구성원에게 전통적 관례나 관습을 지키도록 강제하는 것이고, 외적 보호는 소수 집단이 주류 집단에게 정치경제적 공정성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둘 다 소수 집단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제시문 (가)는 히잡 착용의 의미를 ‘정숙함의 표시’, ‘부모의 강압 혹은 종교적 의무’, ‘공동체주의의 일환’ 등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제시문 (나)의 ‘내적 제재’와 ‘외적 보호’로 나눠 설명하면 되겠습니다. 정숙함과 부모의 강압 내지 종교적 의무로서의 기능은 내적 제재, 공동체주의는 외적 보호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기능은 여자의 정숙함을 의무로 내세우는 공동체 내부의 관습적 억압에서 나온 것입니다. 부모의 강압이나 종교적 의무로서의 강제 역시 구성원의 권리는 도외시한 채 공동체 자체의 안정성을 기하죠. 반면에, 공동체주의는 주류 집단에 대해 정치경제적 자율성을 주장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 2]

제시문 (나)와 제시문 (다)의 관점을 대조하여 설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대조’해야 하므로, 그 차이가 선명하고 확연하게 부각될 수 있도록 써야겠습니다. 즉 차이를 보여 주고 있기는 하지만, ‘조금 다른’ 정도의 차이인가, ‘정반대’의 차이인가에 따라 논증 수준이 구별될 것입니다. 문제 1에 비해 난이도가 높지요.

두 제시문 모두 다문화주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두 가지 점에서 다릅니다. 제시문 (다)는 주류 집단 중심의 사회 통합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주류 집단의 가치가 부당하게 보편주의의 탈을 쓰고 있다는 것이죠. 그것은 소수 집단에게 불이익을 줄 뿐만 아니라 문화 제국주의를 떠받치고, 소수 집단의 자기 폄훼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시문 (다)는 그렇기 때문에 주류 집단과 소수 집단의 차이를 인정하고 보장해주자고 주장합니다. 이는 주류 집단이 내건 보편성으로서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며, 그들 역시 소수 집단의 문화와 마찬가지로 단지 특수성을 가진 문화의 하나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이와 달리, 제시문 (나)는 그러한 문제의식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주류 집단이라는 표현을 자꾸 쓰는 것이 바로 그러합니다. 즉 소수 집단은 존중되어야 할 문화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비주류집단일 뿐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자꾸 소수 집단에 대한 ‘보호’를 이야기합니다. (나)에 따르면 소수 집단은 ‘보호’의 대상인 것이지요. ‘보호’는 두 가지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일체의 억압에 대해 반대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 한편, 동시에 ‘보호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볼 때 보호를 받는 측은 ‘대상’으로 한정됩니다. 비유를 한다면, 서양의 ‘기사도 정신’에서 여성은 ‘보호’의 대상이며, 또한 보호의 ‘대상’일 뿐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는 아닙니다. 물론 제시문 (나)가 주류 집단과 소수 집단에 대해 논할 때, 그와 같은 분명한 위계나 서열을 전제하고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주류 집단’, ‘소수 집단’, ‘보호’ 등의 개념을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을 볼 때, 그런 시각이 전혀 없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제시문 (다)는 그렇지 않지요. (다)에 따르면 주류 집단과 소수 집단은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그 ‘가치’에서는 동등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가 보호해 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순히 ‘다른’ 것일 뿐, 누구는 보호의 주체이고 누구는 보호의 대상인 것이 아닙니다. 두 번째 차이는 제시문 (나)는 내적 제재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고 있는 반면, 제시문 (다)는 그러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이러면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수성이라는 미명하에 소수 집단이 공동체의 힘으로 구성원을 억압할 수 있는데도 이 문제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시문 (다)에 따르면 제시문 (가)에 나온 이슬람문화의 히잡 착용이 갖는 부정적인 면, 즉 부모의 강압이나 종교적 의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억압 역시 ‘특수성’이라는 논리로 옹호 혹은 묵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요.

이처럼 제시문 (나)와 제시문 (다)를 대조해 보면, 소수 집단을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나)의 한계가 (다)에서는 지양되는 반면, 소수 집단 내의 내적 제재에 대해 침묵함으로써 소수 집단 내 구성원에 대한 인권 억압을 방조할 수 있는 제시문 (다)의 한계가 이번에는 제시문 (나)에 의해 지양되고 있습니다.

[문제 3]

제시문 (라)의 사례를 활용하여 제시문 (다)의 주장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는 것입니다. 제시문 (다)의 약점은 문제 2에 대한 논의에서 이미 나왔습니다. 구성원에 대한 내적 제재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제시문 (다)의 약점입니다. 따라서 제시문 (라)에서 제시문 (다)의 약점을 보완할 가능성을 찾아야 합니다. 즉 문제 3은 문제 2의 연장선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처럼 논제가 다문항형으로 구성될 때는 논리적 일관성 혹은 체계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 출제자는 이미 그러한 점까지 감안해서 문제를 구성할 때가 많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제시문 (라)는 아미시 공동체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체는 전체 사회의 가치가 공동체 내부로 스며드는 것을 막고 있습니다. 사회적 변화는 어디까지나 공동체 내부의 인정을 통해서만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죠. 주류 사회의 변화와 상관없이 소수 집단 자체의 안정성을 높이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은 높은 집단 순응성 덕분인데요, 이러한 높은 집단 순응성은 아미시 공동체만의 독특한 교육 방식을 통해 생성됩니다. 아미시 구성원들은 세 시기를 거칩니다. 제1시기는 태어나서 15세에 이르는 기간으로 부모의 통제를 받습니다. 제2시기는 ‘럼스프링가’로 불리는데, 16세부터 20대 초반까지 세속적 삶을 즐기는 기간입니다. 제3시기는 20대 초반 이후 세속적 삶을 포기하고 교회의 간섭을 받게 되는 기간을 말합니다. 럼스프링가 시기에 맘껏 일탈을 저지른 공동체 성원들은 자발적으로 헌신 서약을 하고 교회의 품으로 돌아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소수 집단이 개인의 자발적 서약에 의해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앞서 말했듯, 제시문 (다)는 제시문 (나)에서 제기한 내적 제재의 가능성에 대해 분명하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문화적 상대성을 무조건 인정해 줬을 때 소수 집단 안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개인의 권리 침해 가능성을 내다보지 못하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약점이 (라)의 사례에서 보완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 자체가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토대로 운영될 때 구성원에 대한 권리 침해 가능성이 방지 내지 최소화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미시 내에도 내적 제재는 있습니다. 일탈의 정도가 너무 심할 때는 가족들도 일탈자와의 접촉을 거부해야 하니까요. 그러나 구성원들의 자발적 참여를 토대로 운영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이 점을 근거로 (다)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방향으로 서술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내적 제재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아미시의 문화 전체를 긍정할 수는 없겠지만, 구성원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문화도 있기 때문에 후자의 측면을 부각해서 논할 수 있습니다.

이현 스카이에듀 논술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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