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 상담실]논술 창의적 답안은 어떤 글인가요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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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논술에서 창의적인 답안을 써야 다른 학생보다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창의적인 답안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평범한 답안이 아닌 튀는 답안, 무언가 남과는 다른 답안을 써야 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 기발하고 엉뚱한 얘기를 써야 한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답안이 창의적인 답안인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고3 수험생)

나만의 비판적 생각 + 남들이 수긍할 근거 쓰세요

[답변]

대부분의 학생이 궁금해하는 질문인 것 같습니다. 짧게 답하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답변을 시도해 보지요. 우선 창의적이라는 것을 무조건 남하고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예”라고 할 때 “아니오”라고 하고 모두가 “아니오”라고 할 때 “예”라고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잘못된 판단입니다. 논술에서는 ‘남하고 다른’ 창의성 보다는 ‘남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창의성이 중요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것은 무엇을 말할까요?

우선 창의성은 근본적 사고, 비판적 사고에서 나옵니다. 남들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을 나도 따라서 당연하게만 생각하면 창의적이 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겠지요. 당연한 것에 대해서 ‘왜 그럴까? 정말 그럴까?’라고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야 창의적이 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모두가 왼쪽 길로 갈 때 ‘왜 꼭 왼쪽 길로 가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져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이유 없이 무조건 부정한다고 창의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별 이유 없이 무조건 ‘나는 오른쪽 길로 가겠다’고 한다면 단지 튀는 것일 따름이지 창의적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타당한 이유가 있어서 그 주장이 성립할 수 있을 때에만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왼쪽 길이 아닌 오른쪽 길로 가야 될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왼쪽 길로 가야 될 이유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억지로 다른 주장을 하지 말고 그 이유를 제시하면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나는 일반적인 관점을 갖게 됩니다.

일반적인 관점을 갖더라도 근거를 제시할 때 타당하면서도 사람들과 다른 자기만의 근거를 제시하면 역시 창의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무리하지 말기 바랍니다. 일반적인 주장 에 대해 일반적인 근거를 제시하더라도 타당하면서 견고하게 잘 제시하면 창의적이라는 평가는 받지 않지만 다른 기준에서 우수한 글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적 답안의 예를 들어 봅시다. “대중문화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시다. 이때 문제점 몇 가지를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이겠지요. 이때 어떤 학생이 “아니 선생님, 대중문화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아무 문제없습니다”라고 답했다고 합시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대중문화에 문제가 없는데 굳이 문제를 찾으라는 선생님이 문제입니다”라고 항변했다고 해봅시다. 일단 이 학생 대답은 튀는 대답입니다. 그것만으로는 창의적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왜 대중문화에 아무 문제가 없는지, 또 문제가 없는데 굳이 문제를 지적하라는 것이 왜 문제인지를 나름대로 타당한 근거를 들어서 제시하게 되면 창의적인 학생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출제되었던 논술 문제를 하나 예로 들어 봅시다. 제시문에 대중의 속성에 대하여 상반된 두 견해가 나와 있습니다. 하나는 대중은 현명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중은 우매하다는 것입니다. 이때 위의 <도표>를 주고 “이 표가 둘 중 어느 견해를 지지하는지 밝히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하라”는 논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어떻게 답안을 써야 할까요? 대부분의 학생은 이 표가 대중이 현명함을 지지하는 도표라고 쓸 것입니다. 왜냐하면 개별 결정인 (가)의 경우 A, B, C 세 사람이 모두 최단 거리를 찾지 못하고 제각기 우왕좌왕 헤매면서 길을 찾았지만, 집단 결정인 (나)의 경우 다수결에 의해서 셋이 함께 결정하니 최단 경로를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 도표는 대중은 현명하다는 것을 지지하는 도표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걸음만 더 나아가 비판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대중’이 현명한가 우매한가 하는 것인데, 이 도표는 단지 세 사람의 집단 결정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따라서 과연 세 사람만으로 대중이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고 그 의문은 타당합니다. 소수가 모여서 결정하면 현명한 선택이 이루어지지만 더 많은 다수가 모여 대중이 되면 혼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 표에 대해서 “대중이 현명하다는 것을 지지하는 자료로 일단 활용될 수 있지만 약점이 있다. 왜냐하면 세 명만으로는 대중이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쓰거나, 아예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표는 어느 쪽 견해도 지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세 명의 자료만으로는 대중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는 요지로 답안을 쓸 경우, 그 답안은 창의적 답안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신에게 떠오른 생각에 대해 타당한 근거만 제시할 수 있다면 어떤 생각이라도 자신 있게 쓰시기 바랍니다.<끝>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의사소통교육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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