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진학 교사도“등급제엔 속수무책”

  • 입력 2007년 12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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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진학 지원단 교사들 “제도 보완해야”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뒤 진학 지도에서 입시학원보다 정확한 ‘족집게’ 예측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던 서울시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 교사들도 이번 수능 등급제 아래서는 “오리무중이라 허탈하다”며 수능 등급제 보완을 주장했다.

서울 지역 고교 교사 86명으로 이뤄진 지원단 교사들은 지난해 언어와 외국어영역의 1∼3등급 구분 점수를 모두 맞혔다. 반면 대형 입시학원들은 적게는 2점, 많게는 7점까지 오차를 보였다.

이처럼 정확한 예측으로 지원단 교사들은 공교육의 잠재력을 보여 줬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그러나 불과 1년 뒤 지원단 교사들은 이번 수능에서는 “어떻게 입시지도를 해야 할지 앞이 캄캄하다”는 반응 일색이다.

본보와 통화를 한 지원단 소속 교사 20명 가운데 15명은 “내년에는 등급제 수능이 반드시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은 현행 9등급을 15등급으로 세분한 뒤 수능을 자격고사로 활용하고 대학입시 자율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진학지도 경력 15년의 H고 교사는 “1994학년도 수능이 처음 도입됐을 때도 두 번 수능을 보면서 난이도 차이로 혼란이 있었지만 지금 수준은 아니었다”며 “입시를 안다는 나도 지금은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원점수-백분위 공개를

또 다른 교사는 “아이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전국 수험생 1만 명을 따라잡고, 더 열심히 해서 2만 명을 따라잡아도 결국 등급은 똑같다”며 “등급제 수능에서 아이들이 과연 성취동기를 가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K고의 교사는 “등급제에서도 원점수, 백분위, 표준점수 등 다양한 정보를 공개하고 대학의 자율권을 확대하면 대학이 이 정보들을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궁극적으로 학생 선발은 대학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원단의 이남렬 교육연구사는 “지원단에서 개별 학교의 진학 자료를 모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 프로그램이 일선 학교의 막막함을 상당 부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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