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글로벌 캠퍼스 시대/동양대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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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대학자였던 최치원 선생은 우리 고향 장쑤(江蘇) 성 양저우(揚州)에서 굉장히 유명해요. 그의 고국에서 공부하니 고향처럼 포근합니다.”

인삼의 고장인 경북 영주시 풍기읍의 소백산 자락에 있는 동양대. 중국 유학생 위톈요(24·여·국제통상영어과 4년) 씨는 최근 “최치원 선생은 내가 다녔던 중고교 교실에 ‘위인’ 초상화가 걸려 있을 정도로 친숙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양저우에 최치원 기념관이 세워진 것도 양저우 시민들이 그만큼 선생을 아끼기 때문일 것”이라며 “나도 그와 같은 국제적인 인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위 씨는 양저우의 대표적 대학인 양저우대에 입학해 한 학기를 다니다 2004년 동양대로 유학을 왔다.

동양대와 양저우대가 자매결연을 한 데다 평소 최치원 선생의 고국에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

최치원 선생은 당시 당나라에서 일어난 황소의 난과 관련한 유명한 문장인 ‘토황소격문’을 양저우에서 썼다.

인근에 소수서원과 선비촌이 있는 동양대는 캠퍼스에 학자수(學者樹)라고 부르는 소나무 수백 그루가 있을 만큼 좋은 분위기가 자랑이다.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캠퍼스 분위기 때문인지 이 대학의 유학생 400여 명은 전원 중국 출신이다.

정규학위 과정에 다니는 유학생 비율이 재학생(4500명)의 10% 수준으로 전국 대학 중 가장 많다.

만리장성이 뻗어 있는 허베이(河北) 성 친황다오(秦皇島) 시 출신인 짱신(23·여·행정경찰복지학부 4년) 씨는 고향에서 기술대학에 다니다 지난해 편입했다.

‘잎새 고운 나무 밤새 붉은색으로 물들면/소백산 바람소리 숨을 죽이고/교정 가을 아침은 단풍으로 단장하네.’ 그가 지난달 교내에서 열린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제출해 2등을 한 ‘가을 캠퍼스에서’라는 제목의 문장 가운데 일부다.

그는 “틈틈이 소수서원을 산책하면서 삶을 사색하고 글도 써 본다”며 “차분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정말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동양대는 지방대로서는 매우 드물게 재학생 중 45%가 수도권 고교 출신이다.

중국 유학생도 이런 대학 특성화 차원에서 이뤄졌다. 중국의 성(省)이나 시(市)와 협력을 맺어 유학생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시 출신인 천뤼(23·여·항공비서학부 4년) 씨는 “동양대에서 보낸 4년은 한국과 중국을 깊이 아는 귀중한 시간이었다”며 “스튜어디스의 꿈을 내년에는 꼭 이루고 싶다”며 웃었다.

동양대는 유학생들이 전공은 다르지만 세계 어디서나 칭찬을 받을 수 있는 인성교육에 무척 신경을 쓴다. 동양학자 조용헌, 탐험가 한비야, 소설가 김훈 씨 등 각 분야의 인사들이 특강을 통해 유학생들과 만났다.

최치원 선생의 29대 후손인 최성해(54) 총장은 “학생이면 기본적으로 ‘디지털 선비정신’이라는 인성 교육의 바탕 위에서 전공실력을 닦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중국 학생들이 한국과 중국을 잇는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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