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경유차 통행제한 “환경개선 효과적” vs “영세사업자 생계 막막”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코멘트
일반 차량보다 많은 매연을 내뿜는 대형 경유차의 운행을 제한하고, 위반 차량에 고액의 과태료를 물리는 ‘차량통행 제한지역’ 제도가 2009년부터 수도권 일대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선진국 주요 도시보다 2∼4배 오염돼 있는 수도권의 대기질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 도쿄(東京), 스웨덴 스톡홀름 등에서 실시되고 있는 차량통행 제한지역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2009년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에 차량통행 제한지역을 설정하는 것을 목표로 2년간 연구용역을 벌였다”면서 “그 결과 제한지역 설정에 따른 사회적 편익이 위반 차량 단속 장비 설치 등 제도 도입에 따른 비용의 4, 5배 수준으로 나타나 관련 법 개정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자들의 반발이 만만찮아 추진 과정에서 갈등이 예상된다.

○ “통행 제한, 미세먼지 감소 효과 월등히 커”

아주대 최기주(교통공학) 교수와 안양대 구윤서(환경공학) 교수는 12일 서울역 앞 대우건설 컨벤션홀에서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의뢰를 받아 만든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3.5t 이상, 7년 이상 노후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 부착을 의무화하고, 1999년 이전에 생산된 경유차는 제한지역 통행을 막는 방안이 대기질 개선에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1999년 이전에 생산된 경유차는 매연저감장치를 달더라도 기준치의 2배가 넘는 오염물질을 배출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별 오염물질 배출량(단위:%)
구분자동차보유 비율오염물질배출량
휘발유자동차 62.8 27.3
액화석유가스(LPG) 자동차 3.1 7.6
경유 대형트럭 4.4 38.2
경유 대형버스 1.2 11.7
경유 소형차 28.5 15.2
자료:환경부

차량의 노후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모든 3.5t이상 경유차에 매연저감장치를 달도록 의무화할 경우 미세먼지(PM10)는 연간 231t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1999년 이전에 생산된 경유차가 제한지역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하면 미세먼지는 2830t 감소해 효과가 12배 이상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휘발성 유기화합물(VOC)도 차령(車齡) 제한을 두는 쪽의 효과가 월등하게 큰 것으로 예상됐다.

○ 선진국 주요 도시 속속 대형 경유차 운행 제한

지금까지 정부는 수도권의 대기질 개선을 위해 경유차 정밀검사 강화, 매연저감장치 부착, 노후 차량 조기 폐차, 저공해 엔진 개조 등의 다양한 사업을 벌여 왔다.

그러나 획기적으로 대기의 질을 개선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정부는 선진국들처럼 차량통행 제한지역을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스웨덴은 1996년 수도인 스톡홀름에, 일본은 2003년 도쿄 도 및 주변 3개 현에 각각 차량통행 제한지역을 정해 배출기준치에 맞추지 못하는 대형, 노후 경유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의 런던도 내년에 중 시 전역을 대상으로 비슷한 성격의 통행 제한지역을 설정할 예정이다.

대형 경유차는 국내 전체 자동차 대수의 5.6%지만 오염물질 배출량은 전체의 49.9%다.

○ 화물차 운전사들 반발 클 듯

차량통행 제한지역 제도가 도입될 경우 규제 대상이 되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자 측은 이 제도에 반발하고 있다.

일반화물자동차 운송사업협회의 임종길 박사는 “생계 대책도 없이 2009년부터 노후 경유차의 운행을 막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협회 측은 통행 제한지역을 설정하려면 사업용 차가 아니라 전체 차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자가용 차에 우선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가용 차의 운행을 줄여 오염을 줄이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사업용 차량만 규제하는 것은 환경 규제의 세계적 흐름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휘발유차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시민연합회 임기상 대표는 “경유차는 자동차세 외에도 환경개선부담금을 내고 있는데 차량 중량과 차령 등으로 일률적으로 통행 제한까지 한다면 상당한 민원에 부닥치게 될 것”이라며 “통행을 제한하면 결국 더 멀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오염물질이 더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법이 정한 정기검사에서 오염물질 배출과 관련한 판정을 받게 돼 있는데도 차량의 무게나 차령을 기준으로 통행제한을 할 경우 ‘이중 규제’가 된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