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면접 같은 KAIST입시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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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사회에 대해 다른 응시생들과 토론하십시오.”

“인터넷 게임 중독의 효과적인 대응방안은 무엇일까요.”

“신정아, 변양균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지난달 14일 대전 유성구 구성동 한국과학기술원(KAIST) 창의학습관에서 치러진 신입생 선발 면접시험에서 부산의 한국과학영재학교 3학년생 130여 명에게 던져진 질문들이다. 이들 학생은 그룹 토의(50분), 개인 면접(20분), 개인과제 발표(5분) 등 3단계로 75분간 면접시험을 봤다.

학생들이 ‘대기업 면접시험’을 방불케 하는 면접을 치른 이유는 KAIST가 올해부터 학생의 역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인성 위주 전형’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 창의적 인재 뽑기

서남표 총장은 4월 2008학년도부터 학생 선발 때 창의적인 인재를 뽑기 위해 ‘인성 위주 전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 총장은 이와 관련해 “20년 뒤 한국을 먹여 살릴 창의성 있는 인재 확보와 입시에 따른 성적 위주의 고교 교육 개선을 위해 입시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이에 따라 2008학년도 응시생 가운데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들에게 우선적으로 이 면접시험을 적용한 것. 다른 학교 응시생 1400여 명은 25일부터 3일간 같은 방식의 면접시험을 치른다.

지난해까지 KAIST 면접은 간단한 ‘인성 평가’와 수학, 과학 문제를 풀고 설명하는 ‘전문성 평가’ 두 가지로 이뤄졌다. 인성평가에서 탈락하는 사례는 없었다.

이번에 면접시험을 치른 한국과학영재학교 김모(18) 군은 “개인과제 발표에서 홈쇼핑 쇼 호스트를 연출해 ‘학원을 안 다닌 유기농 제품’이라는 콘셉트로 자신을 소개했다”며 “세계적 과학자가 되려면 다른 분야 전문가와 함께 연구하고, 연구결과를 효과적으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토론 방식의 면접이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어떻게 달라졌나

KAIST 측은 이번 면접에서 △수학 능력을 보는 탐구역량 △사회에서 성공할 가능성을 보는 대인역량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지 보는 내적역량 등 크게 3가지로 응시생들의 능력을 평가했다.

우선 100% 영어로 진행되는 학부 강의를 소화할 수 있는지 보기 위해 개인 면접에서는 3분간 영어로 자신을 소개하도록 했다. 개인과제 발표 때에는 연구발표, 연극, 노래 등으로 창의력과 영재성을 표현하도록 했다. 그룹 토의는 3가지 토론주제 중 하나를 선택해 회장과 서기 등으로 역할을 나눈 뒤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한국과학영재학교의 이춘근 진학담당 교사는 “그동안 특수목적고가 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기관으로 변질된 부분이 없지 않았다”면서 “일류대에 이런 전형제도가 확산되면 고교 교육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KAIST가 한국과학영재학교 면접시험 후 응시생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면접 방식별로 80% 안팎의 학생은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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