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씨, 정윤재씨만 빼고 청탁했을까?

  • 입력 2007년 9월 9일 20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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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대출 및 불법 로비 의혹의 핵심인 건설업자 김상진 씨가 7일 구속되면서 김 씨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 간의 청탁 대가 관계 규명 및 김 씨의 추가 로비 사실 확인에 검찰의 수사가 집중되고 있다.

▽정 전 비서관에게만 불법 로비 없었다?=김 씨는 2003년 3월 정 전 비서관에게 정치후원금 2000만 원을 건넸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이 같은 사실을 8월 24일 기소되기 직전에 진술했다. 하지만 김 씨는 이 같은 진술을 자신의 진술서에 기록하는 것은 끝까지 거부했다.

이에 따라 7월 17일로 구속됐다 10일 뒤 구속적부심으로 풀려날 때까지 정 전 비서관에 대해 일체의 언급도 하지 않던 김 씨가 석방된 지 20여일 만에 갑자기 생각을 바꾼 배경에 대해 의혹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구속으로 궁지에 몰리게 된 김 씨가 정 전 비서관과 자신의 관계를 부각시켜 위기를 모면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씨는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합법 정치자금 외 추가로 금품을 건넨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이위준 부산 연제구청장에게 1억원을 건네고 두달 뒤인 8월에는 정 전 청장에게 세무조사를 무마해 달라며 현금 1억 원을 건네는 등 고위 공직자들을 상대로 뇌물공세를 펴온 김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는 일체의 로비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검찰은 김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후원금을 준 직후 두 달 동안 기술보증으로부터 44억2000만 원의 대출보증을 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후원금을 준 것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후원금 제공과 대출보증 사이에 청탁 대가 등의 연관 관계는 전혀 다른 사안인 만큼 이 부분에 수사를 집중하고 있다.

▽검찰 수사, 김 씨 전방위 로비로 확대=검찰은 김 씨의 금품 로비가 대부분 현금으로 이뤄져 계좌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김 씨가 구속됨에 따라 로비를 벌였던 정관재계 인사에 대한 진술을 얻어내기 위해 김 씨를 집중 추궁하고 있다.

김 씨는 검찰에 재 구속되기 직전 SBS와의 인터뷰에서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에게 건넨 정치자금 2000만 원)보다 더한 돈을 제3자에 준 적이 있다. (그 쪽이) 먹고 입 닦아도 두 말 안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김 씨가 검찰에서 자신이 끝까지 보호해야 할 인사를 제외한 나머지 정관계 인사들에 대해서는 검찰 수사에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김 씨가 진술할 '김상진 리스트'에 따라 검찰 수사는 전방위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김 씨가 경찰에도 줄을 댔을 것이라는 정황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씨는 5월 경 연산8동 재개발 관한 경찰서인 부산 연제서 박모 서장 등 간부들과 점심을 함께 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제서는 2월 말 재개발 현장에서 김 씨의 H토건 간부를 지낸 M파 고문 장모(52) 씨 등 조직원 6명이 철거공사 하청업체 이사 정모(48) 씨를 집단 폭행한 사건을 수사했다. 정 씨가 "피해자 진술도 받지 않은 편파수사"라며 진정을 내자 연제서는 식사자리 전후 시점으로 추정되는 5월에 담당 형사에 대한 내부감찰을 진행 중이었다.

이에 대해 경찰서 간부들은 "4개월 전 일이라 밥자리를 누가 주선했는지 기억이 없다"며 "이전에 김 씨와는 일면식도 없었고 이 자리에서 청탁이나 로비를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석방 40여 일 동안 김 씨 행적=7월 16일 구속된 김 씨는 같은 달 27일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뒤 6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검찰은 석방된 40여 일 동안 김 씨가 범죄 혐의 자료를 없애는 한편 과거 돈을 건넨 정·관계 인사들과 말맞추기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씨는 구속적부심에서 풀려난 직후 부산 부곡동 A타워 5층에 있는 자신 소유의 회사 사무실에 출근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김 씨가 사무실에 보관해온 '비밀 금전출납부'를 폐기하거나 다른 장소로 옮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언론에 얼굴이 공개되지 않았던 8월 말~9월 초까지 회사에 출근한 김 씨는 3일 본보 보도로 얼굴이 공개되자 사무실을 폐쇄한 뒤 자신의 변호사와도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김 씨 부인과 아들(6)도 8월 하순 경남 진주에 있는 집에서 자취를 감췄다.

검찰은 김 씨가 최근까지 거처를 옮겨 다니며 돈을 건넨 인사들과 말을 맞추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연제구청장이 김 씨에게 1억 원을 줬다가 돌려받은 사실을 1년 넘게 함구하다 6일 김 씨가 검찰에 출두한 직후 갑자기 사실을 털어놓은 것은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또 검찰 출두 직전 김 씨가 언론에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에게 2000만 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했다고 공개하자 그동안 언론 접촉을 꺼려온 정 전 비서관은 갑자기 영수증까지 내보이며 확인해줬다.

부산=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부산=윤희각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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