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공직원들 임대주택 빼돌려 불법양도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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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임대주택을 건설, 임대, 관리하는 대한주택공사의 직원들이 임대주택의 임차권을 불법 양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공 감사팀이 2000∼2006년 수도권 소재 공공임대주택(임대 기간 5년)에서 임차권이 양도된 1만6780채를 전수 조사한 결과 공사 직원 및 직원 가족이 임차권을 양도 또는 전대한 경우가 21건이었다. 이 중에서 5건은 자료를 허위로 조작해 불법으로 양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김석준 의원이 18일 주공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감사팀에 따르면 토목 4급 주공 직원인 홍모 씨는 2000년 경기 남양주시 청학아파트에 입주했다가 배우자 취업에 따른 ‘거주지 이전’ 사유로 2004년 3월 임차권을 타인에게 양도했다.

그러나 홍 씨는 애초에 청학아파트에 입주하지 않고 허위로 전입신고만 해 놓은 상태였으며, 불법 양도를 하기 위해 배우자 역시 취업 사실이 없는데도 허위로 재직증명서를 발급받아 증빙서류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씨는 경기 파주시 금촌아파트도 같은 수법으로 불법 양도했다.

건축 3급 주공 직원인 권모 씨도 2001년 7월 경기 동두천시 송내아파트에 입주한 뒤 2004년 3월 본인이 다른 회사에 취업했다며 임차권을 양도했지만 애초 입주하지 않았고 재직증명서도 허위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대주택법에는 공공 임대아파트 임차인이 일정 기간을 살면 가지게 되는 우선 분양권을 거주지 이전, 질병 치료, 이민, 혼인 또는 이혼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양도 또는 전매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를 양도받은 입주자는 잔여기간만 거주하면 분양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 조항 때문에 프리미엄을 받고 불법 양도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징계는 솜방망이였다.

주공 감사실은 홍 씨에 대해 감봉 3개월, 권 씨에 대해 2년인 징계시효가 지났다며 경고에 그쳤다. 나머지 불법 양도 건도 인사규정상 직원 배우자의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처분이 불가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들은 임대주택법 22조 3항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해당한다.

공공 임대아파트의 불법 양도는 부동산 중개업소는 물론 인터넷에서도 시장이 형성될 만큼 만연해 있다. 김 의원이 주공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 전체 51개 지구 3만6917가구의 임대기간 5년 공공임대아파트를 분석한 결과 1만6780가구, 즉 45.5%가 5년을 채우지 못하고 임차권이 양도 또는 전대됐다.

경기 양주시 덕정 3지구는 전체 가구 1263가구 중 95.2%인 1202가구가 양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의정부시 송산, 화성시 태안 지구 등도 전체의 과반수가 양도됐다.

김 의원은 “임차권이 거액의 프리미엄까지 붙어 거래되는 암시장이 형성되는 상황에서 굳이 양도를 허용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주공 직원은 주공이 사업자인 공공 임대아파트의 임차권을 가질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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