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빛 좋은 개살구’ 사립대 재정 지원책

  • 입력 2007년 6월 5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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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에 대해 대학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수도권 대학 총장 55명이 참석한 가운데 이 방안을 발표했다. 이종서 차관은 대학의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획기적인 지원책이 나올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예고하기도 했다.

사립대가 적립금을 주식 등 제2금융권에 투자하고 학교에 영화관이나 주차장 등을 유치해 돈을 벌어들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규제 일변도인 사립대의 재정에 숨통을 터 줄 것이란 설명도 곁들여졌다.

하지만 김신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발표한 이 방안에 대해 총장들은 무덤덤했다. 한 참석자는 “교육부가 잘나가는 대학의 눈치를 보는 거냐, 아니면 잘나가는 대학만 더 밀어 주겠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총장들은 적립금을 1000억 원 이상 쌓아 둔 대학은 손에 꼽을 정도고 대부분의 대학은 돈이 들어오자마자 쓰기에 바쁜 형편에서 적립금 투자는 배부른 소리라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학교 안에 수익성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조건으로 ‘교지확보율 100%’를 내건 것도 논란의 대상이었다. 교지확보율이 30% 안팎인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관계자는 “서울 시내 대학들은 도서관 지을 땅도 구하기 어려운 형편”이라며 “한적한 곳에 있는 학교들은 교지가 남겠지만 그런 곳에 영화관을 지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말했다.

‘대학 교육력 향상 방안’은 한마디로 형편이 어려운 대학엔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 교육부가 대학에 대한 규제를 푸는 게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규제는 당연히 풀어야 한다. 하지만 대다수 대학의 경쟁력을 진정으로 높이고 싶다면 수혜자가 많은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개인의 대학 교육비 부담이 가장 큰 한국에선 고등교육 예산을 확충한다든지 학생의 선발 자율권을 확대하는 등 국제 수준에 맞는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현재 61개국 가운데 50위인 한국 대학 교육의 경쟁력을 2012년까지 세계 20위 이내로 끌어올린다는 교육부의 정책 목표도 이뤄질 수 있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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