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인문계 모의논술 해설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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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논제1] 제시문 (나)와 그림 A의 공통점을 설명하시오. (250±50자)

[논제2] 제시문 (나)의 관점에서 제시문 (가)를 비판하시오. (450±50자)

[논제3] 제시문 (다)와 제시문 (라)를 읽고, 여러분이 앤드루 사건을 맡은 판사라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에 대해 쓰고, 모든 제시문과 그림 A를 참고해 ‘참된 생명윤리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 (800자±50자)

※ 유의사항: 미래로봇, 복제인간, 동물 등 하나의 예시를 들어 생명윤리를 논술하시오. ※제시문은 이지논술 사이트에 있습니다.

■학생글 - 방은진·의정부여자고등학교 3학년

[논제1]

제시문 (나)는 인간과 동물의 본래적 가치가 동일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동물도 사람처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림 A에서 위에서 8번째 층인 동물주의적 관점과 상응한다. 동물주의적 관점은 그보다 위인 첫째∼일곱 번째 층보다 개방적인 윤리의 관점으로 인간뿐만 아니라 고통을 느끼는 모든 존재, 즉 동물까지도 윤리적 범위의 대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①이는 인간중심 사상의 폐쇄적 윤리를 비판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여 준다.

[논제2]

제시문 (가)는 인간중심적 사고를 보여 주고 있다. ②이는 제시문 (나)의 관점보다 폐쇄적인 윤리라고 할 수 있다.제시문 (가)는 인간의 언어 능력과 지각 능력을 들어 인간이 동물보다 우위에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주장에선 두 가지 모순이 드러난다. ④우선 지각능력에 의한 인간의 권리는 지각능력이 결핍되어 있거나 아예 없는 인간들에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를 따르자면 지진아나 정신착란증 환자들은 자연스레 권리가 박탈되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실생활에 적용되지 않는다. 그다음 언어능력에 따른다는 인간의 권리는 언어기능에 대한 맹신에 불과하다. 언어는 인간이 가지는 의사소통의 수단일 뿐이다. 이는 언어를 통한 인류의 문명화를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궁극적으로 인간과 동물이 본성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같은데, 단순히 언어능력을 이유로 동물의 권리를 저버리는 것은 타당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논제3]

제시문 (라)에서는 사람과 거의 흡사한 로봇이 진짜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을 제기하고 있다.판사는 이에 대해 휴머니즘을 갖춘 앤드루와 같은 로봇이라면 결혼이 합법화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야 한다.물론 휴머니즘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 결혼이 가지는 자손 번식 기능 상실에 대한 우려 등이 논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를 통한 번식이 결혼 전부를 말하는 것은 아니며, 결국 좀 더 앞선 사회에선 로봇도 공생해야 할 하나의 인공생명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물론 모든 로봇이 인간과 공생해야 할 인공생명체라면 왜 휴머니즘이라는 전제를 붙이는가? 라고 반박할 수도 있다. 휴머니즘을 전제로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우월성을 나타낸다기보다, 인간과 기계에 따른 감성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동물과 인간의 본래적 가치에 차등을 두지 않고, 로봇과 같은 기계와 공생한다는 것은 결국 그림 A에 나와 있는 ⑧전체주의적 관점을 의미한다. 이는 최상의 개방적 윤리인 동시에 전 세계가 추구해야 할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를 단시간 내에 실현하긴 어려우며 이를 기준으로 생명윤리관을 정하는 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동물학대 문제만 보더라도 전체주의적 관점이 아직 무리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동물들은 인간의 영리목적으로 종종 사육되는데, 그 환경은 비위생적이며 비윤리적으로 도축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⑨따라서 지금 전 세계에 필요한 것은 인간중심적 사상에서 탈피하여 인간 외에 다른 종족도 돌아보며 배려할 줄 아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참된 생명윤리관이며, 인간과 다른 생명체들이 공존하는 방법이다.

■ 첨삭지도

[논제 1] ‘하노이의 탑’과 제시문 (나)의 내용의 공통점을 ‘설명’하라는 문제였다. 방은진 학생은 ‘하노이의 탑’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시문 (나)에서 ‘하노이의 탑’과 연관지을 수 있는 요소를 깊이 있게 파악하지 못했다. 그래서 동물옹호론적 관점과 ‘하노이의 탑’의 여덟 번째 층을 결부시키는 정도의, 단순한 설명에 멈추고 말았다. 그러나 (나)에서 ‘하노이의 탑’과 관련해서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할 내용은 뒷부분에 있다. ‘동물 권리 운동에서 고려되는 사항은 여성의 권리, 소수자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투쟁에서도 고려되는 사항이다’ 여기서 ‘고려되는 사항’이란, ‘하노이의 탑’의 첫 번째부터 여덟 번째까지의 모든 층위 사이에 있는 공통적인 기준을 의미한다. 이는 ‘∼중심’적 관점에서 주변적인 것들을 배제시키지 않고 감싸 안아야 한다는 개방성과 포용성을 뜻한다. ①은 본인의 주장이므로 설명을 요구하는 논술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논제 2] 제시문 (나)의, 동물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하는 관점에서 제시문 (가)를 비판하라고 했다. 이처럼 관점이 정해져 있는 논제를 풀기 위해서는 학생이 설사 제시문 (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더라도 제시문 (나)의 입장을 내면화시켜야 한다. 학생은 (가)에서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근거를 찾아서, 그것이 우월성에 대한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논의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인간의 우월성을 다른 면에서 증명할 수 있다는 반론에 답할 여지가 없다는 점에서, 여전히 인간중심주의적이다. ②는 ‘하노이의 탑’에서 사용된 용어를 빌려왔는데, 논제2에서는 제시문 (나)와 (다)로 논의의 과제를 한정시켰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논제1과 논제2는 분리된 문제이므로 논제1의 연장선상에서 논제2를 답하면 안 된다. ③에서는 인간의 우월성에 대한 근거가 ‘언어 능력’과 ‘지각 능력’이라고 제시문 (가)를 분석했다. 그러나 제시문의 맥락은 언어 능력이 지각 능력을 가져오고, 지각 능력이 다시 인류 공동의 인식을 낳는다는 내용이다. 따로따로 분석할 것이 아니라 인간이 그러한 능력들을 우월하다고 여기는 게 옳은 것인지, 그리고 그 우월성으로 제기되는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짚어봐야 한다. ④는 동물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하는 관점이 지진아나 정신착란자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하는 관점과 같다는 것을 간과한 문장이다.

[논제 3] 두 가지의 쓸거리를 주고 있는데, 논제의 요구사항이 꽤 까다롭다. 은진 학생은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서 논술문을 작성하려고 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요구사항을 따르는 데만 너무 급급해서인지, 글 전체가 주장으로만 이루어져 있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거의 없다. ⑤에서는 논제의 의도를 잘못 파악했다. 쟁점은 ‘앤드루가 사람과 결혼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인정을 받을 수 있는가’의 여부이다. ⑥에서는 앤드루에게 ‘휴머니즘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제시문에서 이런 전제가 숨어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학생 본인도 이러한 전제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⑦과 같은 해설을 덧붙이고 있는데, 이 해설 역시 불충분하다. ⑦에서 휴머니즘에 대한 기준의 모호성이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면 본인이 생각하는 휴머니즘이 무엇인지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어야 했다. ⑧‘전체주의적 관점’은 개인의 희생을 정당화하는 전체주의로, 자칫하면 전혀 다른 해석이 될 수 있다. ‘전체론적 관점’ 혹은 ‘세계 윤리’로 고쳐야 한다. ⑨는 ‘참된 생명윤리’가 무엇인지에 대한 본인의 생각인데, 다소 뻔하고 추상적인 답변이다. 어떻게 하면 인간이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할 수 있는지에 대해, 학생 나름대로의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더라면 좀 더 좋은 논술문이 되었을 것이다.

논제 분석

[논제 1] 고등학교 교과서 ‘윤리와 사상’에 실려 있는 피터 싱어의 ‘하노이의 탑’과 제시문 (나)의 내용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도출하라는 문제이다. ‘하노이의 탑’은 개인을 중심으로 한 폐쇄적 윤리에서부터 시작해 배려의 범위를 넓혀가며 개방적이고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의 윤리를 말한다. 한편 제시문 (나)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종 우월주의가 인간 내부에서의 차별의 논리와 동일한 논리임을 말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윤리들이 인간을 중심에 놓고 있는 인간중심적 윤리이지만, 여기서 한층 더 나아가면 동물중심적, 생명중심적 윤리관과 만나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논제 2] 제시문 (나)의, 동물의 본래적 가치를 인정하는 관점에서 제시문 (가)의 인간중심주의를 얼마만큼 비판할 수 있는지의 역량을 측정하는 문제이다. 제시문 (가)에서 말하는 언어 능력이란 선과 악, 정의와 불의를 인지할 수 있는 능력, 즉 이성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예상할 수 있는 반론 중 하나는 인간의 언어가 다른 동물들과는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성 또한 인간들 사이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는 능력이다. 단일한 잣대로 인간이 아닌 것들을 섣불리 재단하는 것은, 사회의 중심과 다르다고 해서 주변을 배제시켜버리는 등의 예와 같은, 많은 불평등 구조의 원천이기도 하다.

[논제 3] 우선, 인간과 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큰 차이가 없는 기계를 인간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의 여부를 묻는다. 미래 사회를 주체적으로 살아가게 될 학생들이 미래에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논제1과 논제2의 중심내용인 ‘인간과 동물의 관계’가 ‘하노이의 탑’에서 밑에서 세 번째인 ‘동물중심적’ 윤리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면, 논제3은 밑에서 두 번째인 ‘생명윤리관’ 혹은 맨 아래층인 ‘세계윤리관’까지에 대한 성찰을 포괄한다.

제시문 분석

(가)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 발췌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저서에서 국가와 그 구성요소로서의 인간의 역할에 대한 통찰을 시도했다. 잘 알려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도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인간은 정치적(혹은 국가적)동물이다’에서 유래한 말이다. 일반 동물과 다른 인간이 어떻게 국가라는 사회 안에서 작용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에 대한 제시문의 논의가 전개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만이 유일하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으며 그 언어로서 선과 악, 정의와 불의 등을 지각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레이건의 ‘동물 옹호론’에서 발췌한 것이다. 레이건은 이 저서에서 동물도 인간과 같은 하나의 생명체로서 본래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문명사회에서 인간이 동물을 바라보는 관점은 주로 본래적 가치로서가 아니라 도구적 가치로서이다. 인간은 인간만이 자율성, 지성, 이성 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 때문에 인간만이 유일한 본래적 가치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차별의 논리이다. 이 논리에 따르면 자율성, 이성, 지성을 결여한 인간은 본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과 동물의 종차별의 경우만이 아니라, 인간 사회의 차별의 논리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성/여성, 비장애인/장애인, 이성애자/동성애자, 부자/빈자의 차별은 후자가 전자에 비해서 무언가를 결여했다는 전자의 생각에서 비롯된다. 그러므로 동물 권리 운동은 인권 운동과 마찬가지로 구조적인 불평등을 평등하게 만드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인 것이다.

(다)는 영화 ‘바이센티니얼 맨’의 줄거리이다. 미래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복제인간이나 사이보그, 로봇 등 ‘인간’과 ‘인간이 아닌 것’의 경계가 모호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바이센티니얼 맨’에서 가사를 도와주는 가사로봇 앤드루는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인간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와 결혼하기 위해 인간으로서의 사회적 인정을 받고자 한다.

(라)는 이정우의 ‘기술과 운명’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정우는 이 책의 서론에서 ‘인간이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 때문에 새로운 위험에 맞닥뜨려야 한다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고 말했다. 물론 인간의 창조성이 역으로 인간을 위협한 예는 적잖이 찾아볼 수 있으며, 산업화가 인간을 소외시켰던 것처럼 과학 기술의 발달 역시 인간의 소외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논술을 작성할 때 ‘인간이 창조한 기계’임에 연연하거나 인간과 기계와의 차이점을 열거하기보다는 미래 사회에서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최면정 학림논술연구소 상임연구원

■다음 주 논제

아래의 제시문을 읽고 논제에 답하시오.

Ⅰ. 제시문 (가)를 400자 내외로 요약하시오. (400자±50)

Ⅱ. 제시문 (나)의 논지를 밝히고, 이것을 참고하여 제시문 (다)를 해설하시오. (600±50)

Ⅲ. (라)의 표에 나타난 우리나라 경제 성장과 출국자 수 변화의 특징을 설명하시오. 그리고 제시문을 활용하여 출국자와 외국어 수강생 수의 변화를 ‘언어의 다양성과 갈등’이라는 측면과 연결시켜 설명해 보시오. (600±50)

(가) 먼저 인종에 대해서 보자. 언어의 공통성으로부터 혈족 관계를 끄집어 낼 수 있다는 것, 즉 어족이 인류학적 의미의 종족과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예를 들어 게르만족이 있는데, 그들의 인류학적 특색은 아주 뚜렷하다. 금발, 긴 두골, 큰 키 등. 스칸디나비아형이 이의 가장 완벽한 형태이다. 그러나 게르만어를 말하는 모든 주민들이 이 특징에 부합한다고는 할 수 없다. 예컨대 알프스 산맥 아래의 알레마니아인들은 스칸디나비아인과는 아주 다른 인류학적 형을 가지고 있다. (중략)

그러므로 혈족 관계와 언어 공통성과는 그 어떤 필연적 관계도 없는 것처럼 보이며, 이 양자에 있어서 하나에서 다른 하나를 추리해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류학과 언어의 증언이 일치하지 않는 많은 경우에 있어 이를 대립시키거나 양자택일을 할 필요는 없다. 이들 각자는 각기 고유한 가치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인종의 단일성은 그 자체로는 언어 공통성의 이차적 요인이지 필수적인 요인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또 다른 단일성이 있는데, 이것은 훨씬 더 중요한 것으로 유일하게 본질적인 것인 바, 사회적 유대에 의해 구성되는 것이다. 이것을 민족성이라 부르겠다. 그것은 인종이 서로 다르고 정치적 유대가 전혀 없는 민족들 사이에서조차도 이루어질 수 있는 종교, 문명, 공동방위의 복합적 관계에 근거를 두는 단일성을 의미한다.

사회적 유대는 언어 공통성을 만들려는 경향이 있고, 공통의 고유 언어에 몇몇 특징을 남길지도 모른다. 반대로, 어느 정도 민족적 단일성을 구성하는 것은 바로 언어 공통성이다. 일반적으로 민족적 단일성은 항상 언어 공통성을 설명하기에 족하다. 예를 들어, 중세기 초에는 서로 다른 다양한 기원을 가진 민족들을 어떠한 정치적 유대도 없이 결부시켜 주는 로맨스어 민족성이 있었다. 거꾸로 민족적 단일성의 문제에 관해서는 무엇보다도 언어를 조사해 보아야 한다. 언어의 증언은 다른 모든 것보다 우위에 놓인다.

여기에 그 예를 하나 들면, 고대 이탈리아에서는 라틴족과 에트루리아족이 인접해 있었다. 만약 이들의 기원이 같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하여 그들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이 두 민족이 남긴 모든 것, 즉 기념물, 종교적 의식, 정치제도 등을 참고할 수 있다. 그러나 언어가 즉각적으로 제공하는 확실성에는 절대 이르지 못할 것이다. 에트루리아어로 쓴 네 줄의 글만으로도 이 언어를 쓴 민족이 라틴어를 쓴 민족적 그룹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기에 충분하다.

[F.소쉬르, 최승언 역 ‘일반언어학 강의’]

(나)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언어의 다양성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인지해 왔고 단 하나의 언어가 존재하는 세계를 꿈꿨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벨탑의 신화에 등장하는 세계이다. 바벨탑의 신화에 따르면 인류는 과거 단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했으나 신에 대한 도전을 의미하는 바벨탑을 건축함으로써 신의 분노를 사게 된다. 격노한 신은 인간들의 언어를 혼란스럽게 하는 벌을 내려 그때부터 인간들은 다른 여러 가지 언어들을 사용하게 되고 민족 간에는 분열이 발생하게 된다. 바벨탑의 신화는 인류에 있어 재앙을 의미했으며 사람들은 항상 바벨탑 전 시대에 대한 향수를 피력해 왔다. 에스페란토라는 인공 언어는 단 하나의 언어에 대한 인류의 염원을 반영한 대표적 예이다.

만약 인류가 단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한다면 대화에 장애도 없을 것이며 매우 효율적이고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이 단지 부정적인 장애요인에 불과한 것일까? 열린 마음으로 다양성의 문제에 접근할 때 우리는 그것을 보다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계기로 사용할 수 있다. 편리함을 이유로 풍요로움을 포기한다는 것은 장미정원을 갖기 위해 야생화를 모두 없애버리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언어는 자유가 생산되는 공간이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출하는 시어(詩語)가 보여주듯이 각 인간과 각 문화는 언어들의 혼합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사고를 창조하고 있다. 만약 단 하나의 언어만을 사용하기 위해 다양한 언어들을 말살한다면 그 언어마다에 담겨 있는 수많은 문화적 유산과 감성, 생각도 사라질 것이다. 더욱이 민족 간의 충돌은 언어 그 자체에서 연유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대하는 기본적 윤리관에 근거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언어란 각 문화의 핵심이라 할 정도로 민족의 얼과 정서, 정신을 다 담아내고 있으므로 언어를 많이 알면 알수록 우리는 보다 넓고 원대한 세계관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최영주 엮음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다) 동남아에서 시집 온 여인들과/그 가족들 초대하여/군청에서 위로잔치 열었다/집집마다 가을걷이 얼추 끝낸 날/은행나무들 둘러선 마당에서/아기 밴 여인은 두 손으로 배 부여안고/남편 옆에 앉아 웃음 머금고/남편에게 아기 맡기고 앉은 여인은/옆으로 고개 돌리고는 어루고

유모차에 아기 태워온 여인은/남편과의 사이에 세워 놓고 앉았다/바람이 은행나무들 잎 흔들어대어서/사회자가 무슨 말하는지 다 알아듣진 못해도/남편들이 박수칠 때 박수치고

남편들이 인사할 때 인사하고/남편들이 물 마실 때 물 마시며/동남아 여인들은 열심히 따라했다/사회자가 단상에 앉은 유지들/일일이 추켜세우며 떠들썩한 그때/어느 자리에선가 한 아기가 우니/한 여인이 젖통 꺼내 물리자/나머지 아기들도 모두 따라 울기 시작해서/나머지 여인들도 모두 젖통 꺼내 물리자/남편들이 벌떡 일어나 윗몸 돌려/아내들 젖 탱탱 불은 젖가슴 가려 주었다/갑자기 은행나무들이 노랗게 물들고/군청 마당이 조용해졌다

이갑식 학림논술연구소 중계팀장

(라)
  1985 1990 1995 2000 2005
국민총생산(억 원) 221,000 1,866,000 3,358,800 5,786,000 9,495,600
출국자 수(만 명) 48 156 381 550 1007
사설학원 외국어수강생(만 명) 30 80 120 270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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