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선거땐 장애인시설 먼저 찾더니…

  • 입력 2007년 4월 18일 06시 45분


코멘트
“김태호 지사가 선거 때는 우리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역시 선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6일 기자회견에 이어 경남도청 정문 한쪽에서 천막농성에 들어간 ‘420 장애인 차별철폐 경남공동투쟁단’ 송정문(36) 씨를 비롯한 투쟁단원들은 추위 속에 밤을 지새웠다.

이들의 농성 이유는 간단하다. 장애인의 날(20일)을 앞두고 이달 초 이동권 보장 등을 담은 ‘장애인 복지 10대 정책’을 경남도에 제안했으나 무성의로 일관했다는 것. 이들은 “‘간담회를 하자’는 게 도가 대답한 전부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천막을 설치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청원경찰이 밀어내는 가운데 장애인 등 20여 명은 1시간 가까이 비를 맞으며 작업을 간신히 끝냈다.

그러나 기자회견장과 천막농성장 주변에 경남도 관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17일 오전에 열린 도와 투쟁단의 간담회도 투쟁단이 “경남도가 ‘검토’, ‘예산 부족’ 등으로 일관한다”며 중간에 자리를 뜨면서 무산됐다.

2004년 6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 지사는 취임 당일 장애인시설을 찾았다. ‘장애인정책위원회’를 만들고, 도청 ‘사회복지과’를 ‘사회장애인복지과’로 바꿨으며 ‘장애인재활담당계’도 신설했다.

“장애인이 대접받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해 온 김 지사의 대표적 슬로건 중 하나가 ‘사람만이 희망이다’다.

도청 정문 앞에는 얼마 전 대형 꽃탑이 세워졌다. 다음 달 열리는 도민체전을 축하하기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시민단체는 “기자회견과 농성을 막기 위한 꼼수”라고 비난하고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랫말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의 날을 앞둔 경남도청 앞에서는 주인공인 ‘아름다워야 할 사람들’이 꽃에 밀리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