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생각나무]전통문화 꼭 계승해야 한다?

  • 입력 2007년 4월 1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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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이 우리의 전통은 반드시 살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여러분도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이 늘 옳은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전통 중에는 고쳐야 할 것도, 없애야 할 것도 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때론 전통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어야 사회가 발전합니다. 옛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제 이야기가 이상하게 들리나요? 그렇다면 제 설명을 좀 더 들어보세요.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말이며 지금도 많은 사람이 종종 주장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은 잘못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같은 생각은 우리의 것만을 맹목적으로 숭상하는 폐쇄적인 생각, 다른 나라의 좋은 문화유산을 배척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기는 것과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해야 합니다.

혁신과 창조를 통해 세계의 선봉에 서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지금은 국제화시대이며 세계화시대입니다. 우리의 눈은 바깥으로 향해 있어야 합니다. 발전은 항상 다른 것들에 비해 앞서 있음을 뜻합니다. 요즘 해외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만약 발전의 근거가 우리나라 안에 있다면 왜 많은 학생이 다른 나라 문물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나겠습니까?

눈과 귀가 우리나라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도 서울대보다는 미국 하버드대나 매사추세츠공대(MIT) 또는 영국 옥스퍼드대 같은 곳을 목표로 공부해야 합니다.

둘째, 사실 가장 한국적인 것이라고 해도 다른 나라 최고의 문화유산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고려청자나 오래된 불상들이 실로 자랑스러운 우리의 문화유산임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당나라 도자기나 인도의 불상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대단한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 말은 우리나라의 위대한 문화유산을 깎아내리려는 의도에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단지 우리 것이 최고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셋째, 우리는 엄청나게 훌륭한 상품이나 문화유산을 지금 이 시대에 만들어 자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 만든 세계 최고의 물건이나 문화상품은 현재에도 대단하겠지만, 5000년 후에도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미래를 향해야 합니다. 우리의 것도 외국인들이 최고라고 생각해야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니까요.

넷째, 지금은 자유경쟁사회입니다. 우리나라는 칠레나 홍콩뿐만 아니라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습니다. 이제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만들어 다른 나라에 제값을 받고 파는 일이 중요합니다. 과거에 만든 것만이 최고라는 생각은 우물 안 개구리가 하는 생각입니다. 옛날 사람들의 상투가 지금의 머리스타일보다 좋거나 실용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이제는 전통 이상으로 혁신이 중요하고, 혁신을 통해 무한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절실합니다.

여러분도 다른 사람들이 ‘전통이 최고’라고 맹목적으로 주장할 때는 의심하고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들 말만 믿고 새로운 것을 발명하지 않으면 가난해질 수밖에 없으니까요. 발전은 미래에 가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에게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함께 생각해 봅시다

여러분, 위 글을 잘 읽어 보았나요? 만약 제 말이 옳다고 생각한다면 다른 이유들은 더 없는지 이야기해 보세요. 그러나 만약 위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이유를 이야기해 보세요. 이유를 다른 친구들이나 부모님 또는 선생님과 이야기해 보세요. 논리적인 반박을 통해 생각의 나무는 자랍니다.

박우현 한우리 독서문화운동본부 평생교육원 원장. ‘논리를 모르면 웃을 수도 없다’, ‘논술은 짧고 철학은 길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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