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장려하는데”… 외부활동 매달리는 교수들

  • 입력 2007년 3월 15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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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은 교수들이 장기간 휴직하고 외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가산점을 줘 대외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은 교원 인사규정에 사외이사 등 겸직을 금지하고 있지만 예외조항을 둠으로써 총장의 허가만 받으면 교수가 어떤 활동이든 할 수 있게 길을 열어 놓았다.

또 방송활동이나 기고, 외부 기관의 장이 되거나 상을 받으면 업적으로 인정해 폴리페서뿐만 아니라 TV에 단골로 등장하는 ‘텔레페서(telefessor)’, 전문성과 동떨어진 상식으로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아마페서(amafessor)’도 적지 않다.

서울 H대의 교원인사 규정 1조는 ‘타 기관의 전임직을 겸할 수 없다’고 했지만 6조는 ‘외부 기관의 위촉을 받거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의 사외이사를 맡을 경우 총장의 허가를 받으면 겸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교원 업적을 연구, 교육, 봉사 등 3개 영역으로 평가하면서 봉사 영역을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교내 또는 사회에 제공하거나 기여하는 모든 활동으로 규정했다. 폴리페서의 정치활동이 업적 평가에 반영되는 셈이다.

지방 K대의 업적 평가 배점은 100점 만점에 학술단체 참여 10∼20점, 강연 및 자문활동 10점 등으로 3분의 1가량이 외부 활동에 배당되어 있다. 지방의 C대도 사회활동, 공훈 및 수상 실적, 공공단체 초청 강의 및 방송 진행 등을 봉사 업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특히 인지도가 낮은 지방 사립대는 교수의 대외활동에 관심이 많다. 교수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 학교가 널리 알려지고, 선거 때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포럼을 만들고 대표를 맡아 쌓은 정치권 인맥이 ‘학교 보호막’으로 활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대 교수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시 정당 등의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면 나중에 연구 프로젝트를 따는 데도 유리하다”며 “학교가 교수의 외부 활동을 가로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한신대 윤평중(철학과) 교수는 “학문을 ‘상징’으로 이용하려는 정치권과 출세욕이 있는 교수, 정치권 줄 대기에 관심이 있는 대학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폴리페서가 활동하기에 편한 학교 환경이 조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이 제안한 정책에 책임을 지도록 정책실명제 등을 도입한다면 선거 때마다 정치판을 기웃거리거나 대외활동에 매달리는 현상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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