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세형]자동차 정비도 가르치는 美 명문고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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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 교외 중산층 거주지에 있는 글렌브룩 노스 고등학교는 매년 졸업생의 40% 정도가 아이비리그급 대학과 명문 주립대에 진학하는 명문 공립 고등학교다.

높은 진학률과 안정된 주거환경 덕분에 시카고 지역의 교민과 주재원도 선호한다.

미국에서는 이런 명문고도 실용교육을 무척 강조한다. 졸업을 하려면 두 과목 이상의 기술 관련 과목을 꼭 수강해야 한다. 이 밖에도 소비자교육, 보건교육, 운전은 당연히 졸업 필수과목이다.

이 학교가 제공하는 기술 과목의 이름은 ‘자동차 정비’ ‘집안 보수관리’ ‘타이핑’ 등으로 아주 실용적인 느낌을 준다. 교과서에 나온 이론과 지식을 외워 시험을 보는 한국과는 다르다.

‘자동차 정비’ 과목은 소형 카센터 모습을 한 작업실, ‘집안 보수관리’는 작은 공사장과 목공소를 합쳐 놓은 듯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자동차 정비’에선 엔진 오일과 타이어 교환, 냉각장치 관리, 계절별 자동차 관리 요령 등을 실습용 자동차를 가지고 직접 경험한다. 심화 과정에서는 엔진과 브레이크를 비롯한 주요 장치를 관리하고 고치는 기술까지 배운다. ‘최소한의 공구와 돈으로 자동차를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과목 소개문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집안 보수관리’에선 페인트칠과 벽지 붙이기 같은 기본 보수관리 기술은 물론이고 간단한 전기제품과 파이프 등의 설치와 수리까지 경험한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게 집안을 공사하고 꾸미는 방법도 이 과목에서 강조하는 부문.

입시교육에 익숙한 한국 학부모와 학생들의 반응도 좋다.

주재원이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에 갔다 이 학교를 졸업한 컴퓨터 엔지니어 신희태(31) 씨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다양한 실용과목을 통해 좀 더 편리하고 건강하고 실용적으로 사는 방법을 배운 것을 인생의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카고에서 3년간 근무하며 아이를 이 학교에 보냈던 현직 시중은행 지점장 김모 씨는 “학기 시작 전 교사와 학부모가 간담회에서 소비자교육 보건교육 기술교육을 어떻게 가르쳐야 살아 있는 교육이 될 것인지 장시간 토론을 벌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한국의 교육도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건 학교에서 배웠다’는 말이 나올 수 있게 바뀔 때가 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세형 사회부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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