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논술비타민]2007학년도 정시 논술의 3가지 특징

  • 입력 2007년 2월 13일 03시 00분


작년과 유사-읽기 강조-‘두 방향 주제’

2007학년도 대입 정시 논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2007 정시 논술은 2008년 입시로 넘어가기 전의 마지막 논술 시험이었습니다. 그래서 2007 정시 논술의 특징과 경향을 살펴서 정리해 보면서 2008 논술로 이어질 내용이 어떤 것인지 한 번 가늠해보는 것이 의미 있겠습니다. 최소한 세 가지 특징이 의미 있게 부각될 수 있습니다.

첫째, 수험생을 고려하여 시험의 연속성을 중요시한 대학이 많습니다. 그래서 2008년에 시행할 논술의 틀을 2007 정시 논술에서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기보다는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년 정시 논술과 유사한 모델로 출제한 대학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입니다. 2008 논술의 모델을 예측할 때에는 이번 정시 논술 문제보다는 2007 수시 문제가 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미 발표되었거나 앞으로 발표된 각 대학의 모의 평가 문제나 예시 문제가 더 직접적인 자료가 됩니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수험생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가 강화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미 발표된 출제 경향을 지키려고 노력한 대학이 대부분입니다. 최근 2, 3년 동안 논술 고사를 앞두고 각 대학의 입시 관계자가 지면이나 방송, 인터넷, 설명회 등을 통해서 직접 자기 대학의 논술 출제 경향을 소개하는 기회가 전에 비해서 많이 늘었습니다. 수험생으로서는 출제 경향에 대한 정보가 늘어난 셈입니다. 각 대학의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특히 EBSi의 ‘대학별 기출 문제 해설’ 강의에 각 대학 관계자가 직접 출연하여 출제 경향을 직접 안내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보자면 이렇게 매체를 통해 안내되었던 출제 경향에서 크게 벗어난 대학은 없습니다. 수험생에 대한 대학들의 서비스 의식이 많이 향상되어 논술 고사에 대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현상입니다. 따라서 지방의 수험생들도 쓸데없이 근거 없는 입소문에 한눈 팔지 않고 이런 공개된 정보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이른바 ‘정보 부족’에서 겪는 불이익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변화의 정도가 예전보다는 클 것으로 예상되는 2008 논술을 앞둔 수험생에게는 다행스러운 현상입니다. 만족스러운 정도로 이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대학이 봄까지는 각 대학의 새로운 논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기초 능력을 기르면서 기다려 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둘째, 읽기의 중요성이 여전히 강조되고 있습니다. 지문 내용 파악 능력을 평가하는 문제의 비중이나 빈도가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읽기 능력, 즉 분석 이해력을 직접 평가하는 문제를 출제한 대학도 많았고, 나머지 대학도 대부분 지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접근하기 쉽지 않도록 구성된 문제를 출제하였습니다. 지문의 수준은 전체적으로 예년과 유사했습니다. 시험 시간의 제약 때문에 긴 지문보다는 비교적 짧지만 밀도 있는 지문을 여러 개 주고 비교하고 대조하거나 연관 지어 내용을 파악하게 하는 문제가 다수였습니다. 평소에 독서를 통해 텍스트 이해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기르지 않고는 접근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교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김유정의 ‘동백꽃’이나(연세대), 양주동의 수필 ‘웃음에 대하여’(서강대)도 지문으로 나오고 지구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진화론과 관련된 지문이 나오기도 해서(부산대) 교과서 지문이 많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으나 예년 수준에 비해 특별히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교과서 지문의 출제 여부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는데 현재까지는 전체 지문에서 하는 역할이 부분적이어서 큰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닙니다. 교과서 지문의 비중을 높여 달라는 요구도 상당 수 있으나 그것이 논술 고사나 논술 교육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끌어가는 데에 정말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문제는 다음 기회에 따로 고민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셋째, 논술 문제의 주제나 소재 차원에서는 크게 두 방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하나는 쟁점이 되는 현실적 문제를 주고 해결을 요구함으로써 실제적 문제 해결 능력을 평가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상당히 추상적인 주제를 주고 이를 어떻게 구체화해 나름대로 접근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것입니다. ‘지식 정보화 시대에 사회 각 영역은 어떤 속도로 변화해야 하는가’(서울대), ‘타자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할 때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가’(연세대), ‘빈곤국에 대한 지원’(성균관대), ‘출산율 감소 문제의 해결’(한양대). ‘현대 사회의 인간관계가 가진 문제점 해결’(동국대) 등이 실제적인 문제를 주고 해결을 요구하는 첫째 방향의 예입니다. 반면에 ‘예술의 효용’(고려대), ‘보편 문명’(이화여대), ‘진보의 개념’(부산대) 등이 추상적 주제를 주고 접근하게 한 둘째 방향의 예입니다. 전자는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이고 후자는 당위적이고 일반적인 주장에 머무르지 않고 나름의 구체적 주장을 타당한 근거와 함께 제시한 학생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것입니다. 주제나 소재가 논술 문제의 본질적 요소는 아니지만 이런 방식의 주제 선택은 앞으로도 자주 이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박정하 성균관대 학부대학 교수·EBS 논술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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