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한의학전문대학원 입시요강 왜 안나오나"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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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고 두 딸의 교육비는 계속 늘어나 딱 1년만 한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매달릴 생각으로 직장을 그만뒀는데 입시 요강은커녕 지원 자격조차 알 수 없어서 잠이 안 온다.”

며칠 전 자신을 40대라고 소개한 독자 권모 씨는 전화를 통해 이같이 하소연했다.

그는 이달에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지원 자격과 입시 요강을 발표한다는 교육인적자원부의 말을 믿고 지난달 회사에 사표를 냈다. 하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이 사안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어 권 씨처럼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 한의학전문대학원 신설 방침을 밝히면서 연내에 지원 자격과 입시 요강 등을 마련하겠다고 하다가 지난해 11월 발표 시기를 올해 1월로 미뤘다. 교육부는 당초 올해 1, 2월경 예비검사 성격의 모의고사를 치르겠다고 밝혔지만 이 일정마저 연기했으며 모의고사는커녕 입시 요강도 마련하기 힘든 상태다.

한의학전문대학원 지원자들은 “최소한 1년 정도는 시험공부를 해야 할 텐데 발표 시기가 너무 늦춰진다”고 불만을 터뜨리면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 학원 저 학원을 돌아다니며 무작정 공부를 하고 있다.

‘한의학이니 한문 시험을 보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한문 학원에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의치학전문대학원 입시 학원에서 생물이나 화학 강의를 듣는 사람도 있다.

교육부는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설치된 부산대가 시험 요강을 결정할 것이란 말만 되풀이한다. 부산대가 결정하면 협의를 거쳐 2월경에나 입시 요강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정책이 신뢰를 얻으려면 정책 수혜자인 국민의 불안 요인을 줄여 줘야 한다. 또 일단 발표한 정책이나 일정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키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정상 도저히 지킬 수 없으면 그 사정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 등 불안한 미래를 상징하는 단어를 피해 한 가닥 희망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절박함을 ‘철밥통’인 공무원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궁금하다. 정부의 발표만 믿고 직장을 그만두고, 대출을 받아 학원비를 마련한 사람들의 애타는 심정을 교육부가 헤아려 주기 바란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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