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7년 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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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올해도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사회적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뜻 깊은 행사들이 이곳저곳에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불우 이웃을 돕는 시민들이 종종 있다. 이렇듯 불우 이웃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밝히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밝히지 않고 돕는 것이 나은지 각자의 견해를 글 (가)와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 송근우·서울 보성중학교 2학년

연말이 되면서 추위에 떨고, 금전의 부족으로 힘겨움을 겪고 있는 우리 주위의 안타까운 이웃들을 보면 돕고 싶다는 생각이 나기 마련이다. 이렇게 이웃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누구인지 이름을 밝히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단 불우한 이웃을 돕는 일은 누구나 하고 싶어도 실천하기 힘든 활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해내는 것은 정말 위대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가 이 과정에서 이름을 밝혔을 때 절대 잘난 척을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찬사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런 사람의 행동에 사람들이 자극을 받아 더 많은 사람들이 봉사활동에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듯하다. 오히려 익명의 사람이 봉사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일을 자신도 하겠다는 강한 다짐이 생기지 않을 것 같다. ‘저 사람은 저렇게 봉사를 하는구나’, ‘좋은 일 하는 거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다시 그 생각을 상기시키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름을 밝힌 사람이 인간적 관심을 가지고 주위의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고 그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뚜렷한 인물, 즉 그 이름을 밝힌 사람과 같이 되겠다는 구체적 발상이 생기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사람은 더욱 열정적으로 봉사에 임하게 될 것이고, 구체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양의 땀으로 이웃을 도울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은 자극을 주는 사람, 이름을 밝히는 사람을 보게 되면 그 목표에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 학생글 - 이은정·충남 온양여자중학교 2학년

프랑스에서 톨레랑스가 흐르듯이 우리사회는 옛날부터 정(情)이 흐르는 사회이다. 상부상조라는 말에서와 같이 어려움이 있으면 함께 돕고 즐거움이 있으면 함께 나눈다. 그리고 사람 된 도리에 있어 남이 시키지 않더라도 자신 스스로가 힘을 바쳐 남을 돕는 것이 봉사이다. 글 (나)의 독지가의 경우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돈을 어려운 이웃의 통장으로 보냈다. 이것은 자신의 방법으로 이웃을 돕는 마음에서 비롯된 모습이다. 이미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많이 보았을 것이다. 학교에서 기초생활대상자인 아이들에게 우유와 급식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거나, PC를 제공하거나, TV프로그램에서 집을 지어주는 것 등이 있다. 그리고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한편으론 고맙지만 도움을 받는 위치에 놓여 있는 자신을 다시 한번 발견하고 괴로워하거나, 씁쓸하진 않을까…’ 하고 말이다. 봉사라는 것은 누군가를 위해 돕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을 밝히고 이웃을 돕거나, 익명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어느 경우가 더 불우이웃에게 도움이 되는지 더 마음이 큰지 누군가가 단정 지어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것은 새로 시작되는 신년에도 그 후에 다가올 내후년에도 이웃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배려하는 마음이 이어져야 함이다.

■ 총평

연말연시 우리 사회 곳곳에서 불우한 이웃을 향한 온정의 손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추운 겨울을 앞둔 불우한 이웃들은 다른 때보다도 지금 이 순간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이렇게 불우이웃을 돕는 것은 사회 속에서 인간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의미를 주는 것이며, 자신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을 때 기대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행위이다.

그런데 이런 불우이웃을 돕는 가운데 눈살을 찌푸리게 하거나 도움을 받는 이웃이 불쾌함을 느껴 오히려 큰 상처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웃을 돕는 가운데 기본적으로 주의해야 할 여러 가지 사항이 있음을 글 (가)에서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글 (나)에서는 온정의 손길을 뻗는 가운데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밝히지 않고, 또한 어떠한 대가(代價)도 바라지 않고 남을 돕는 독지가의 한 예를 보여주고 있다.

이번 논제는 앞서 말했듯이 불우이웃을 돕는 가운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서 불우이웃을 돕는 사람이 자신의 지위나 신분을 밝히는 것이 나은지 아니면 밝히지 않는 것이 더 나은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 경우 우리는 ‘신분을 밝히는 것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그리고 지위를 밝히고 밝히지 않는 것 모두 의미가 있다, 또는 없다’의 네 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경우의 수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입장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이번 논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음을 발견하였으며, 기부문화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깔려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매우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나 논지를 펼쳐나가는 과정에서 신분을 밝히는 것이 옳은지 또는 옳지 않은지에 너무 초점을 맞추다 보니 주변의 사례들에 대한 느낌이나 의견만 제시하고 끝을 맺는 글이 많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렇듯 평상시 잘 알고 있는 내용이나 주변에서 여러 의견을 들었던 사항이 논제로 제시되었을 경우 자칫 자신의 주장과 근거가 모호하게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논술문을 쓸 때 주장의 반복이 근거가 될 수 없음을 알고 글을 써야 할 것이다.

송근우 학생의 글은 불우이웃을 돕는 것은 힘겨움을 겪고 있는 우리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봉사활동이기에 위대한 일임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돕는 사람의 신분과 지위를 밝히는 것이 더 옳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신분을 밝혔을 경우 여러 사람들을 자극하여 봉사활동에 잘 참여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어 논자의 주장에 대한 설득력을 충분히 얻고 있다. 그러나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이름(신분)’이 갖는 본질적인 의미나 특성을 같이 제시하였으면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단순히 ‘이름을 밝혀야 한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름’이라는 것이 ‘상징으로 작용하여 한 사람을 각인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식의 설명이 들어있었다면, 이름을 밝히는 것에 대한 당위가 분명했을 것이다. 논자의 주장에 맞게 선택한 용어의 특성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논지를 펼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은정 학생의 글은 ‘봉사’의 정확한 의미 규정하에서 이름을 밝히는 것과 밝히지 않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한다. 즉 ‘봉사’의 참된 의미를 안다면 신분을 밝히는 것과 밝히지 않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도 남을 돕는 것에 대한 의미 규정을 하기 힘든 가운데에서도 자신이 정한 하나의 기준 아래에서 주장을 명확하게 펼친 것이 돋보였다. 그러나 논술문을 쓸 때 문체는 항상 간결하고 명확한 것이 좋다. 그렇기 때문에 서론의 첫 문장과 같이 ‘톨레랑스’와 ‘정(情)’을 제시할 때 ‘흐른다’는 식의 비유적 표현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

올해는 12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선거가 있을 때면 어김없이 시민 단체나 이익 집단들이 등장하여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상대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한 활동을 한다. 그래서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이익 집단의 등장으로 선거 과정에서 발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문을 바탕으로 논술하시오.(600자 내외)

■ 제시문

(가)여론의 형성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언론이다. 언론은 정부의 정책에 대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 주고, 정책에 대한 해설과 비판을 제공하여 여론 형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 현대 민주 정치에서 여론의 역할이 커짐에 따라 언론의 공정성이 문제시되기도 한다. 언론에 의해 여론이 조작되거나 왜곡되면 국민의 뜻이 정책에 제대로 반영될 수 없기 때문이다.[중 3 사회 30쪽]

(나)사람들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특수한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일정한 단체를 만들게 되는데, 이를 이익 집단이라고 한다. 이익 집단은 사회의 다양한 이익을 표출하는 기능을 한다. 사회의 영향력 있는 이익은 물론, 소외되어 있거나 흩어져 있어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이익들을 조직화하여 정책 결정에 반영되도록 한다. 이러한 이익 집단은 정당에 여론을 전달하고 정책을 제시하는 순기능도 하지만 이기적인 행동으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기도 한다. 정당은 시민이나 이익 집단에 의해 표출된 다양한 의견들을 조직하고 체계화하여 정부에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 (중략) 그러나 최근, 정당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각 정당의 정책이 크게 다르지 않고, 시민 단체나 이익 집단을 통한 정치 참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중 3 사회 31쪽]

(다) 우리나라의 시민운동이 급성장한 시기는 1990년대다. 국내 시민단체의 핵심은 주로 제도권으로 들어가기보다는 사회 변화에 관심 있는 1980년대 운동권이 주축이다. (중략)

급성장하던 시민운동이 절정을 이룬 동시에 큰 전환점을 맞은 것이 2000년 16대 총선에서 시민단체가 연대해 만든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이다. 여기서 정치권력과 시민운동의 관계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볼 수 있다. 당시 총선시민연대가 발표한 ‘공천반대의원 명단’ 67명 중에는 여당인 민주당이 16명, 한나라당이 30명, 자민련이 16명, 무소속이 5명 포함되었다. 당연히 한나라당과 자민련은 “여당의 홍위병” “마녀 사냥식의 위험천만한 혁명적 작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 와중에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명단에 대해 “정치권이 불행히도 국민적 신뢰를 잃어 결국 국민이 시민단체의 판단에 의존하는 결과가 되었다”며 총선시민연대를 응원했다. 여기서 총선시민연대의 일차적 위기가 온다. (중략)

흥미로운 사실은 김 대통령의 이러한 지지발언에도 불구하고 총선시민연대의 낙천 대상자 명단을 실제 공천에 반영한 비율을 살펴보면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이 훨씬 높았다는 점이다. (중략)

이처럼 시민단체의 정치적 외도는 예상하지 못한 복잡한 결과를 낳는다. 특정 정당과의 연대를 강하게 부정했고 정치적 이득도 엉뚱한 곳이 챙겼지만, 그 이후 국민은 원래 설립 목적과 상관없는 외도를 한 시민단체들을 점차 멀리하게 된다.

[동아일보-곽승준 객원논설위원]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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