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 바람막이? 스타 마케팅?…검경 이어 정치권 확산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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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29일 제이유그룹 사건에 연루된 정치인들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사건의 파장이 경찰, 검찰에 이어 정치권까지 번지고 있다.

▽연루 의혹 정치인은 누구?=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정치인은 4, 5명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이유그룹 관계자에 대한 압수수색 결과물 등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이름이 등장했는데 구체적인 혐의가 드러난 단계는 아니라고 검찰은 밝히고 있다.

우선 주수도(50·구속) 제이유그룹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의상(45·불구속 기소) 씨의 ‘선물 명단’에 오른 인물들이 거론된다. 검찰 주변에서는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K 씨와 또 다른 K 전 의원의 이름이 흘러나온다.

제이유그룹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던 인사들도 눈길을 받고 있다. 자문위원단 위원장을 맡았던 S 전 의원, 고문이었던 P 전 장관, P 전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제이유그룹 계열사인 케이블 TV 사장을 지낸 K 전 장관, 한 씨와 친분이 있는 열린우리당 P 의원도 구설에 올라 있다.

제이유그룹은 정치권 인사를 내세워 신뢰도를 높이는 ‘스타 마케팅’을 펼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인사는 제이유그룹 사내 방송에 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를 도왔고, 본인이 사업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피해자 중에는 “유명 인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을 보고 투자를 결심했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또한 검찰의 수사 등에 대비한 ‘병풍치기’였다는 얘기도 나온다. 올해 5월 공개된 국가정보원의 보고서에는 정관계 로비와 관련해 “검경의 수사나 공정거래위원회 등의 조사에 대비해 무마비 등으로 금품을 전달했다”고 적혀 있다. 2004년 검찰이 제이유그룹에 대한 내사에 착수하자 여당의 모 의원 등을 동원해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도 나온다.

▽당사자들은 “억울하다”=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은 한결같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K 전 장관은 계열사인 케이블 TV 대표를 맡은 배경에 대해 “주 회장이 미디어 사업에 600억 원을 내놓겠다고 해서 대표를 맡았으나, 막상 9억 원밖에 투자하지 않기에 얼마 되지 않아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져서 놀고 있을 때에 연봉 2억 원에 구조본부장 자리를 제의해 한 달에 1000만 원씩 3개월 정도 받다가 그 자리도 그만뒀다”며 “한 씨의 선물 리스트에도 내가 올라 있다는데, 명절 때 양말 몇 켤레 보내온 것 외에는 받은 게 없다”고 해명했다.

또 다른 K 전 의원은 “검정고시 동문회 모임에서 한 씨를 한 번 보기는 했지만 선물은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고, P 의원은 “한 씨를 만났는지 기억도 나지 않고 선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이었던 김강자 전 총경은 28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제이유그룹에 5억 원 이상을 투자했는데 상당 금액을 손해봤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주 회장 “로비없다” 옥중 편지

한편 구속된 주 회장은 29일 제이유그룹 사업자협회 앞으로 보낸 편지를 통해 “정관계에 어떠한 로비도 한 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솜방망이 처벌’ 화 키웠나…제이유, 2002년 일부 무죄 ▼

제이유그룹 사태가 5조6000억 원대의 ‘사상 최대 규모 사기사건’으로까지 커진 데 대해 피해자들은 2002년 구속된 적이 있는 주수도 회장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2002년 4월 주 회장을 업무상 횡령과 방문판매업법 위반,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증권거래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5가지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1심 법원은 다단계 판매와 관련이 있는 방문판매업법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3가지의 경미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주 회장은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풀려났다.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당시 주 회장은 2000년에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집행유예 상태였다.

또다시 같은 혐의로 유죄 선고가 나면 집행이 유예된 3년간의 징역형까지 합쳐 최소한 3년 이상 교도소 생활을 해야 했다. 제이유 사업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법원은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가 없거나 나타나 있지 않고, 주 회장이 계속 구속돼 있으면 새로운 손해가 발생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다단계 판매 부분에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검찰이 재판 도중에 처음에 기소했던 범죄 사실 가운데 일부를 철회한 것도 벌금형이 선고된 이유가 됐다.

2000년 불법 다단계 판매 등으로 구속돼 유죄 판결을 받은 경력이 있는 주 회장은 또다시 다단계 판매가 문제가 되자 법원과 검찰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해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다.

문제는 법원에서 다단계 판매 부분을 무죄로 판정하자 주 회장 등은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선전하면서 회원 모집을 가속화했다. 법원 판결을 자신의 사기 행각에 이용한 것.

당시 재판부 관계자는 “주 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할 경우 피해자들의 피해 변제가 불가능했고, 실제로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진정이나 탄원을 냈던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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