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영 前교육부총리 “정부가 대학에 지시하는 시대 지났다”

  • 입력 2006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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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승 기자
이종승 기자
“극단적인 이념 갈등 탓에 교육 정책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일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1995∼97년 문민정부와 2004년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 교육부 수장을 맡았던 안병영(사진) 연세대 교수가 내년 2월 퇴임을 앞두고 30일 퇴임 강연을 한다.

이날 오후 3시 반 연세대 사회과학연구소 주최로 이 학교 사회과학대에서 열리는 ‘이데올로기와 정책: 중도개혁의 정치학을 위하여’란 강연이다.

그는 문민정부 시절 ‘5·31교육개혁안’을 정책화하는 데 앞장섰고 참여정부 시절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방송을 통한 사교육비 경감 등을 추진했다. 교육 정책 추진 과정에서 안정과 개혁의 균형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았다.

35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감하는 안 전 교육부총리를 28일 연세대 사회과학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그는 “한국 사회가 이념적으로 지나치게 양극화돼 있어 중도가 공론의 장에 설 자리가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가 교착돼 생산적인 정책이 나올 여지가 없다는 것. 그는 우리 정치가 중도 통합적 개혁 정치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가 2004년 교육부총리로 재직할 때 무척 힘들었던 것도 양극화된 이념 갈등 탓이었다. 고교 평준화와 3불(不) 정책, 사립학교법, 교육 개방 등 민감한 사안마다 이른바 ‘평등을 강조하는 쪽’과 ‘신자유주의를 주장하는 쪽’이 극렬하게 대립해 이를 조정하는 데 진땀을 흘렸다.

특히 그는 자신과 “‘카운터파트’인 40대 교육위원회 위원과 청와대 관계자들의 가치 지향이 다를 때가 많아 어려웠다”고 말했다. 2004년 10월 수능 등급의 변별력 문제로 당-청과 교육부의 생각이 달랐던 때가 그런 경우. 당시 교육부는 수능 1등급의 간격을 4%로 고수했으나 청와대와 여당은 7%를 주장했다.

“7%는 평등주의에 기반을 둔 것이었어요. 1점 차로 대학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등 과거 체제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한 것은 사실이지만 변별력을 위해 적정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요.”

또 안 전 부총리는 이제 정부와 교육부가 대학에 위계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하는 시대는 지났다고 거듭 강조했다.

“교육부 장관이 총장을 만나 논술 비율을 줄이라고 말한다고 대학이 기꺼이 따를 리 없습니다. 오히려 고교와 대학이 직접 만나 내신과 수능, 논술을 어떻게 엮어갈 것인지 스스로 협의하는 채널이 있어야 대학도 공공성을 고민할 수 있습니다.”

그는 교육부총리 시절 이런 형태의 교육발전협의회를 추진했으나 지난 2년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 정부에서 갈등을 빚는 교육 현안에 대해서도 안 전 부총리는 고언을 아끼지 않았다.

“교원평가제는 교원의 자질 향상을 위해 반드시 추진돼야 합니다. 추진 방법에 대한 문제 제기는 가능하지만 이 명제 자체를 반대해서는 곤란하죠. 교육부가 관련 단체들과의 갈등으로 힘들겠지만 지금 속도가 너무 늦은 감이 있어요. 애초 취지대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합니다.”

논란이 되는 논술에 대해서는 공교육에서 논술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데 논술 문제를 본고사 수준으로 내면 사교육 시장이 팽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3불 정책에 대해선 대학의 자율화는 마땅히 가야 할 방향이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명제에는 찬성하지만 3불 정책은 아직까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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