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채택료 받은 교사 30명 입건

  • 입력 2006년 11월 20일 14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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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출판사의 교과서와 참고서를 채택해 주는 대가로 도서 총판업자에게서 뒷돈을 받아 챙긴 현직 교사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교사들이 챙긴 뒷돈은 책값의 20% 정도로 고스란히 책값에 반영돼 학생들 부담으로 돌아갔다.

▽리베이트 액수 놓고 교사들끼리 시비까지=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교과서와 참고서 채택을 대가로 도서 총판업체로부터 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20일 서울 A고교 교사 김모(47) 씨 등 서울시내 3개 고교 교사 3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김 씨 등에게 돈을 건넨 K출판사 도서총판업체 대표 강모(45) 씨 등 임직원 3명도 함께 입건했으며, 입건된 교사 30명은 서울시교육청에 통보해 별도의 징계를 받도록 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 A고교 영어 교사 8명은 2001년 말 강 씨로부터 "우리 회사 영어 교과서를 채택해 주면 총 판매액의 20%를 리베이트로 주겠다"는 제의을 받고 강 씨가 판매하는 K출판사 교과서를 택했다. 이들은 이 대가로 640만 원을 받아 80만 원씩 나눠 가졌다.

경찰 관계자는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8명의 교사 중 일부는 K출판사를 지지했고 일부는 J출판사를 밀었다"며 "2002년 3월경 최종 채택된 K출판사 총판업자가 자신을 지지한 교사에게는 뒷돈 80만 원을 주고 지지하지 않은 교사들에게는 40만 원만 주는 바람에 교사들끼리 시비가 붙기도 했다"고 말했다.

총판업자 강 씨는 리베이트 문제로 교사들 사이에 다툼이 생기자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교사들에게 추가로 40만 원을 더 줬다는 것.

또 정모 씨 등 B여고 교사 11명은 영어 참고서 채택을 대가로 26차례에 걸쳐 1630만 원을 뒷돈으로 챙겼고, 이모 씨 등 C고교 교사 10명도 영어 참고서를 채택해 주는 대가로 도서 총판업자로부터 12차례에 걸쳐 564만 원을 받아 나눠 가진 혐의다.

▽교사가 챙긴 뒷돈 책값에 전가=교과서나 참고서 채택을 대가로 교사들이 받아 챙긴 뒷돈은 책값에 그대로 반영돼 학생들 부담으로 돌아갔다. 출판사로부터 4000~4500원에 책을 넘겨받은 총판업체는 교사들에게 줄 뒷돈(1권당 2000원)과 자신들이 챙길 이익 2000원을 더해 8000~8500원에 책을 학생들에게 팔았다. 책값에 20% 이상의 리베이트가 포함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전국의 1437개 일반계 고교에 다니는 학생 128만1508명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외국어 과목에서 1권당 평균 1만7000원 안팎인 참고서를 2권만 본다고 해도 책값은 2610억 원이고 이중 리베이트를 20%로 계산하면 522억 원가량 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런 교과서 채택 비리가 만연한 이유를 교과서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윤리의식이 떨어지는 일부 교사들이 출판사의 로비에 넘어간 탓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2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발간되고 있는 검인정 교과서는 초등학교 982권, 중학교 57권, 고교 411권 등 모두 1450권이다. 검인정 교과서는 정부가 직접 만드는 국정 교과서와는 달리 일반 출판사가 만든 것으로 교육부의 인정을 받은 뒤 일선 학교에 판매할 수 있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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