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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1월 12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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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입시에) 붙은 애가 있으면 떨어진 애도 있기 마련인데 온통 세상의 관심은 합격한 애들에게만 집중된다"면서 "내가 대학에 떨어졌을 때도 이 정도로 절망스럽진 않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 성적=엄마 능력'이란 이상한 등식이 나도는 풍조에서 입시철인 10, 11월엔 엄마도 입시 몸살을 앓는다. 특히 올해는 특목고 열풍이 불어 대학입시 수험생뿐만 아니라 곤욕을 치르는 중학교 3학년생 엄마들이 적지 않다. 합격한 수험생을 둔 가족에겐 즐거운 시간이지만 불합격한 자녀를 둔 가족은 후유증을 겪고 있다.
중학교 3학년생 엄마인 최성주(42·서울 노원구 중계동) 씨는 "10월말 특수목적고 합격자 발표가 있은 뒤 이집 저집 울먹이는 엄마들을 위로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곧 대학수학능력시험이니 엄마들의 입시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셈"이라고 말했다.
입시에서 실패한 아이의 진로에 대한 고민 못지않게 엄마들을 괴롭히는 것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다.
수 년 동안 이웃집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 온 박모(41·여·경기 성남시 이매동) 씨는 "내 아이는 떨어졌는데 합격한 자식 자랑을 늘어놓은 이웃집 엄마가 그렇게 야속할 수 없었다"며 "아파트 청약에서 떨어졌더라도 이렇게 속이 상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속이 상하더라도 교육 정보를 얻기 위해 이웃 엄마들과 끈을 놓을 수는 없다.
아들이 특목고를 지원했다 떨어진 학부모 이모(45·여·서울시 송파구 신천동) 씨는 "지난주 합격한 아이 엄마의 식사 초대를 받곤 주저하다가 엄마 모임에서 도태되면 대입 정보를 놓칠까 싶어 나갔다"면서 "대학입시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끔찍하다"고 털어놓았다.
엄마의 입시 후유증은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김모(42·경기 고양시 주엽동) 씨는 "지난해 아이가 특목고 입시에서 실패한 뒤 공항 상태를 겪다 아이의 고교 진학 준비에 소홀했다"며 "엄마가 빨리 마음을 추스르는 것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길"이라고 충고했다.
대학생 김범수(21·경기 용인시 풍덕천동) 씨는 "2년 전 대학입시에 실패했을 때 어머니가 '너도 이제 인생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한마디만 하셨다"며 "그 어떤 말보다 큰 위로가 됐다"고 말했다.
'학습능력검사 심리상담소' 오미경 실장은 "떨어진 아이들은 부모에 대해 미안해하고 또 부모로부터 신뢰를 잃을까 두려워한다"며 "부모가 마음을 잘 다스리는 일이 아이들에게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완정 사외기자(tyra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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