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 "시민운동, 지체된 모습"

  • 입력 2006년 11월 6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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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6일 "2000년 총선연대를 정점으로 시민운동은 자기 성장의 동력을 상실한 듯 지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이날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시민운동의 현황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제296회 정책&지식 포럼'에서 이 같이 말했다.

또 이날 포럼에 참석한 학자들은 "정권이 시민운동의 에너지와 정당성을 활용해 정치를 하려다가 실패해서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시민단체가 시민에 뒤쳐져 있다"=박 사무처장이 꼽은 시민운동 정체의 주요 이유는 사회적 개혁 의제의 축소와 한계, 관성적인 운동방식, 허약한 내적 자원, 시민운동보다 앞서 나가는 시민의식, 시민운동의 분화 등이다.

그는 "개혁적인 정부가 들어서며 시민운동의 이슈를 가져갔지만 대부분 법안의 이름에만 반영되고 내용은 턱없이 못 미쳤다"며 "국민들이 개혁에 대한 피로해 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청와대 앞에 가보면 일인시위의 현 주소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단체의) 운동의 진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은 반면 자발적인 운동 방식은 플래시몹, 길거리 노래방으로 진화했다"며 타성에 젖은 운동방식을 꼬집었다.

그는 "자발적인 운동은 놀이를 하는 듯, 축제에 참여하는 듯 즐겁고 밝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시민단체의) 운동방식의 한계는 자기주장을 습관적으로 하는 집단으로 전락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처장은 "시민단체들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시민이 직접 주체가 되는 참여형 운동이 이뤄져야 하고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이슈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월드컵 응원을 주도한 붉은 악마, 여중생 추모 촛불시위를 제안한 네티즌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역동성을 시민운동은 따라가지 못했다"며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준비를 잘 못해 스스로 '왕따'를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에너지(역동성)를 갖지 못한 채 사후 개입을 시도하다보니 시민운동의 개입이 오히려 시민들의 자율적인 동력을 훼손시킨 측면도 있다"며 "우리가 뒤쳐져 있고 시민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는 지금 '신뢰의 위기'"=토론에 참가한 서울대 홍준형(행정대학원) 교수는 "시민운동이 이제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권이 시민운동의 에너지와 정당성을 활용해 정치를 하려다가 실패해서 시민단체에 대한 '신뢰의 위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대중의 지지를 얻을 수만 있다면 무언들 못하겠느냐는 절박한 인식이 필요하다"면서 "활동의 내용과 방식면에서 다변화·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한성대 권해수(행정학) 교수는 "이번 지방 선거에서 시민운동 이력을 쓴 사람은 모두 떨어졌다고 들었다"며 "입신양명의 수단으로 시민단체 활동이 이용되고 있는데다 시민단체 활동 경력자의 정부 내 진출이 증가하고 있어 '도덕성 위기'를 불러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반 시민의 관심은 경제, 사회복지 등 민생 이슈에 집중되어 있는데 시민단체들은 거대 담론에 치우쳐와 괴리가 커지고 있다"며 "취약한 재정과 시민운동가들을 재생산하지 못하는 현재 구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원재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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