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남의 장사에 인분 들이부은 격”…法 “수사방해 밝혀라”

  • 입력 2006년 11월 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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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 관련자 3명에 대한 체포·구속영장 기각을 놓고 검찰과 법원이 정면충돌로 치닫는 분위기다. 3일 법원과 검찰 양쪽에서는 감정 섞인 자극적 발언까지 터져 나왔다.》

■ 펄펄 끓는 검찰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이 수사를 방해한다”, “조관행(50·수감 중) 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를 구속한 것에 대한 앙갚음 아니냐”는 등 원색적 비난이 쏟아졌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날 저녁 퇴근길에 “막막하다. 이번 영장 기각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침울한 분위기 속에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박영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은 “웃음이 나오지 않는다”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새벽 영장 기각 직후 “코미디다.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던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브리핑 뒤 “실체적 진실 발견은 법원이 주 책임자”라면서 “앞으로 이 사건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으면 법원은 반드시 이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법원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건이야말로 법원이 검찰이 수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줘야 하는데 갈수록 외로워진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 사건 주임검사인 최재경 중수1과장은 “론스타가 우리의 사법제도를 얕보고 장난친 것 아니냐는 소박한 정의감을 갖고 수사했다”며 “영장기각은 충격적”이라고 허탈감을 드러냈다.

게임 비리 수사 과정에서 수차례 영장이 기각되면서 법원과 각을 세우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을 비롯해 일선 검찰청에서도 법원을 성토하는 격앙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서울중앙지검의 고위 간부는 “남이 장사하는 데 소금을 뿌린 정도가 아니라 인분(人糞)을 들이부은 격”이라고 비난한 뒤 “지금까지는 판사들이 마음대로 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야기인데 억울한 사람이 많았겠다”고 비꼬았다.

■ 대응 나선 법원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저녁 견해를 정리해 발표하는 등 법원도 이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판사들은 “법에 따라 판단하는데 검찰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검찰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영장 기각은 수사 방해’라는 검찰의 불만에는 “어떤 부분이 방해를 받았다는 거냐”고 반문했다.

이상훈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 부장판사는 ‘인분’ 발언에 대해 “아무리 언짢아도 그런 표현을 쓰면 안 되는 것 아니냐”면서 “검찰이 말을 가려 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법원에서 영장을 기각만 하면 검찰은 왜 이렇게 불만이 많나. 누구는 막말할 줄 몰라서 안하는 줄 아느냐”고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영장 기각에 대해서는 “검찰이 형사소송법에 있는 인신구속 기준에 맞춰 청구를 안 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검찰이 기소하는 것은 모두 유죄 선고하고, 청구한 영장은 100% 발부해 주는 것이 법원의 업무냐”면서 “검찰은 법원 판단에 대해 다른 경로로 말하지 말고 법이 정한 절차대로 대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새벽 영장을 기각한 민병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영장 기각으로 수사가 무슨 암초에 부닥쳤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론스타 측으로부터 한국의 법원과 검찰이 한통속이라는 비난을 듣는 것보다 불구속 기소해서 실형을 선고받게 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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