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실 만드는데 나랏돈 105억 줬다

  • 입력 2006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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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게임산업개발원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게임업체에 문화산업진흥기금 415억여 원을 융자 지원하면서 이 중 105억5000만 원(25.4%)을 ‘유통구조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오락실 개설과 운영에 지원한 것으로 9일 밝혀졌다.

오락실 업주들의 이익단체인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한컴산) 김민석(41·구속) 회장이 운영한 오락실 체인업체 ‘멀티소프트’는 2004년 3월 오락실 개설 비용으로 이 기금에서 10억 원을 무담보로 융자받았다.

사행성 게임의 경품용 상품권 제도 도입에 중요한 역할을 한 김용환 씨가 대표인 상품권 발행업체 ‘안다미로’도 2003년 10월 체험 공간 ‘엔파크’ 조성사업에 15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 열린우리당 지병문 의원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확인됐다.

문화산업 활성화를 목적으로 조성된 문화산업진흥기금은 게임분야에도 연리 3.5∼4.5%의 낮은 이자로 융자를 해주고 있다. 당초 문화관광부가 지원 대상 업체를 선정할 때에는 게임 개발에만 자금이 지원됐다.

그러나 2002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으로 지원업체 선정 권한이 넘어가면서 오락실 개설과 확장, 시설 운영비용으로까지 지원이 확대됐다.

특히 2004년에는 전체 지원금 187억 원의 절반가량인 89억7000만 원이 오락실 운영비용명목으로 지원됐다. 2004년은 김민석 씨가 한컴산 회장 선거에 출마해 당선되고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가 도입된 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김 회장이 2004년 3000만 원가량을 건넸다고 진술한 문화관광부 K 전 과장을 11일 소환해 조사했다.

지 의원은 “이 기금에서 멀티소프트와 안다미로에 모두 25억 원의 자금이 지원됐는데, 객관적이고 엄정한 평가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들 두 업체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게임물 등급분류를 받는 과정에서도 사행성 문제로 여러 차례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다가 1, 2개월 내 이뤄진 재심의에서 ‘만 18세 이상 이용가’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멀티소프트의 ‘더비히어로’ 등 경마용 게임물 5건은 2003년 10월 1일 불가 판정을 받았다가 같은 달 29일 재심의에서 모두 적격 판정을 받았다.

안다미로의 경마용 게임물 ‘스프린터더비 스페셜’ 등 3건도 1∼3차례씩 이용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1개월 이내에 재심의에서 이용가 판정이 났다.

지 의원에 따르면 영등위가 2002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이용불가’ 판정을 내린 아케이드 게임물 2382건 중 83%인 1987건이 재심의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지 의원은 “사행성 게임물 제작업체나 경품용 상품권 시장을 흔들었던 요주의 인물이 개발한 게임물 심의와 재심의가 신속하게 이뤄진 데는 졸속심의나 사전 조율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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