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이들을 학원으로, 해외로 내몬 교육정책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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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노무현식 교육개혁의 중간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두 가지 통계가 나왔다. 그중 하나는 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이후 1만1029개의 사설 입시·보습학원이 새로 생겨나 증가율이 66%를 기록했다는 국감자료다. 3년간 매일 9개꼴로 학원 간판이 올라간 것이다. 유학·연수 목적으로 해외로 나간 장기 출국자가 급증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2004년까지 8만 명대이던 장기 출국자는 지난해 사상 처음 10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 7월까지 유학·연수에 지출한 금액만도 15조3000억 원에 이른다. 국부(國富)와 두뇌 유출이 여간 심각하지 않다.

이는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비 축소를 추구했던 노 정부 교육정책의 총체적 실패를 의미한다. 노 정부는 2004년 교육방송(EBS) 수능 강의, 방과 후 학교 등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교원평가제 등 학교교육 개혁은 시행도 못한 채 거꾸로 대학의 입시 제도를 통제함으로써 공교육을 ‘정상화’하려고 했다.

학생부를 강조한 2008학년도 입시안은 내신과외를 낳았고, 내신과 수능 변별력을 상실한 대학들이 논술에 치중하다 보니 논술과외가 생겨났다. 대학의 입시 담당자들이 “2008년 대입전형이 학생들을 내신, 수능, 논술에 모두 대비해야 하는 소위 ‘죽음의 트라이앵글’로 몰아넣고 사교육 시장만 키울 것”이라고 걱정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학원 과외 등으로 수능 성적을 높일 수 있는 부잣집 아이들에게 불이익을 주자는 내신 강화는 오히려 전국적으로 사교육 수요만 넘치게 만들었다. 공교육이 무너지다 보니 학교에 기댈 것이 없는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해외로 내보내고 기러기가족이 되는 등 ‘가정파괴 현상’도 심각하다.

김신일 교육부총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사교육비 대책이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도 노 정부의 교육정책 기조를 이어 갈 뜻을 분명히 했다. 공교육을 살린다는 정책이 거꾸로 사교육과 유학시장만 배불렸음이 드러났는데도 실패한 교육정책을 추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교육정책의 실패를 시인하고 교육정책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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