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건설은 지역주의 부추겨 표심잡으려는 전략”

  • 입력 2006년 9월 16일 1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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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하 대표는 “환경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준하 대표는 “환경문제는 정치적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용산미군기지부지 공원조성’과 ‘경부운하건설’ 사업을 둘러싸고 환경파괴 논란이 뜨겁다.

서울시와 시민단체는 용산미군기지 부지를 “100% 자연녹지화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정부는 “일부는 용도를 변경해 복합주택단지를 건설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경부운하건설’은 환경단체가 “명백한 환경파괴”라고 규정한 데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균형 잡힌 국가발전을 위한 친환경 사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대표는 “두 사업 모두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 대표는 ‘용산공원’ 조성에 대해 “법도 통과 안 된 상태에서 민족역사공원 운운하며 선포식을 개최하는 건 위법이자 권한남용”이라며 “이렇듯 서둘러 기정사실화한 건 노무현 정부가 업적을 내세우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건설’에 대해서는 “명백한 자연파괴”라고 전제한 뒤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겨 경상도의 취약한 지역에서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라며 “유럽에서는 집하나 짓는데도 몇 백 년이 걸리는데 10년 연구해서 되겠느냐”고 따졌다.

윤 대표는 시민단체의 자성도 촉구했다.

그는 “현 정권 들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참여정부에 많이 기용됐는데 그들이 잘못하면 시민단체에서 추천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쏟아진다”며 “시민단체는 과거의 순수성을 회복해 정치적으로 투명하게 활동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윤 대표와의 인터뷰는 15일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에 위치한 환경운동연합센터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이뤄졌다. 그는 시종일관 높은 톤을 유지하며 현 정부의 무책임한 개발과 이 전 시장의 ‘경부운하 건설’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윤준하 대표와의 인터뷰 요지.

-‘용산공원’ 조성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건교부가 대립하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의 싸움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의 싸움이다. 서울시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용산은 자연녹지로 국민에게 돌아와야 한다. 그런데 건교부가 입안한 특별법을 보면 2조부터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주욱 나열돼 있다. ‘용산공원’을 복합개발지역으로 정해 아파트나 상가를 짓겠다는 법을 만들어 개발의 문을 열어 놨다. 이게 탄력이 붙으면 개발업자들이 달라붙을 거다.”

-‘용산공원’ 선포식도 문제가 있다고 하는데….

“법도 통과 안 된 상태에서 민족역사공원 운운하며 선포식을 개최하는 건 위법이자 권한 남용이다. 이렇듯 서둘러 기정사실화한 건 업적을 내세우려는 노무현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거다. 2008년경 공원계획이 세워지고 난 뒤 선포식을 해야지, 국민은 쏙 빼놓고 자기네들끼리 모여 뭐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용산공원’ 조성이 서울의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보나.

“영국 런던의 경우 시 재정의 80프로 이상이 관광 수입이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서울의 경쟁력을 높여야 대한민국의 경쟁력도 올라가고 산업구조도 바뀌게 된다. 관광서비스 분야가 발전하면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경부운하 건설 프로젝트’는 어떻게 보나.

“명백한 자연파괴라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솔직히 지역이기주의를 부추겨 경상북도의 취약한 지역에서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 아니냐. 진정으로 대통령이 될 생각이 있다면 지역 마을이 잘 살 수 있도록 ‘공동체’ 운동을 해야지…. 유럽에서는 집 하나 짓는데도 몇백년 걸리는데 이 시장이 말하듯 10년 연구해서 되겠나.”

-요즘 시민운동이 위기라고 한다.

“운동의 위기가 아니라 운동하는 사람들이 코너에 몰려 있는 상태다. 새만금, 핵폐기장 등과 관련해 운동단체들이 발목을 잡는다는 식으로 호도돼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 그러나 운동은 있어야만 하고 계속 있을 거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정치권에 들어간 게 ‘자충수’로 작용한 건 아닌가.

“현 정권 들어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사람들이 참여정부에 많이 기용됐다. 그런데 그들이 잘못하면 시민단체에서 추천을 잘못해서 그렇다는 원망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은 봉사정신이 강하고 꿈을 먹고 산다. 그런 순수성을 회복하고 정치적으로 투명하게 활동해야 한다.”

-환경단체가 정부 정책을 사사건건 발목 잡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환경운동은 미래 운동이다. 현실 시장은 개발을 요구하지만 그런 시장 논리만 쫓으면서 미래를 걱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정책은 미래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정부 정책을 발목 잡는 게 아니라 생명의 미래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경고하는 것이다.”

-정부의 ‘개발논리’와 시민단체의 ‘보존논리’가 상충되기 때문에 ‘발목잡는’ 것으로 비춰지는 건 아닌가.

“개발과 보존은 상충되는 게 아니다. 개발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미래성을 염두에 두지 않는 개발이 문제다. 개발을 하되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말이다. 공동체를 위한 약간의 변화는 가능하지만 근본적으로 뒤엎는 급격한 변화는 개발이 아니라 망치는 거다.”

-새만금 사업도 환경을 망치는 것인가.

“갯벌을 막는 것은 수만년 동안 형성된 갯벌의 문화적, 생명적 가치를 없애는 것이다. 또 새만금사업이 진행되면 미래 국가 정책의 내용이 달라진다. 1억2천만 평을 없앴으니 앞으로 몇 만 평쯤 허물고 메우는 것은 아주 쉽게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장차 나타날 수 있는 그런 악영향을 미리 경고하는 것이다.”

-경주 핵폐기장 건립은 어떤가.

“경주의 지질을 조사할 때 약 80미터정도 뚫었다. 우물 파는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원산지진판’이라고 해서 원산에서 홍성, 포항, 울산으로 이어지는 지진판이 있다. 1년에 2.5도 이하의 지진이 17회정도 발생한다. 안전한 곳이 아니다. 더구나 원산지진판은 일본의 후쿠오카 판과 맞물려 있다. 지진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현실적으로 원자력발전과 핵폐기장이 필요한 것 아닌가.

“원자력발전소는 필요불가결하다. 짓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라 기본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원전 수를 제한해놓고 거기서 나오는 배출량을 정확하게 조사해서 폐기장을 지어야 한다. 그런 기준이 없다면 원전이 늘어날 때마다 폐기장도 늘어나야 한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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