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려대 가는 길…2008 논술 방향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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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묵 입학처장
김인묵 입학처장
《고려대는 최근 수년 동안 수시모집 전형에서 통합교과형에 가까운 논술 문제를 출제해 왔다.

수시 전형에서 논술 성적이 차지하는 비중도 70%로 높았다.

고려대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도 합격을 좌우하는 중요한 전형요소로 논술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인묵 고려대 입학처장을 만나 2008학년도 이후 고려대 입시의 기본 방향과 전형 요소 반영 계획 등을 들어봤다.》

○학원서 외운 답안 점수 못얻어

―고려대는 최근 몇 년 동안 논술문제 유형을 수차례 바꿔 출제해 왔습니다. 6월에 있은 모의 논술고사나 올해 1학기 수시모집 논술고사 유형이 2008학년도에도 유지된다고 이해해도 됩니까.

“현 시점에서 2008학년도 입시에 대해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상황이 변해 입시제도가 불가피하게 바뀌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2008학년도 이후의 입시에서 가장 좋은 선발 방식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수험생이나 고교 교사들은 최근 수년간 치른 고려대 논술 시험의 흐름을 살펴보면 고려대가 어느 방향으로 가려고 하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목표점이 어디라고 지금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덧붙인다면 올해 치른 1학기 수시의 논술고사는 고려대의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는 한 2008학년도 논술도 올해 1학기 수시 논술의 틀을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매년 고려대 논술을 치른 학생 상당수가 수리 부분이 어렵다고 호소합니다.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수리문제를 따로 출제하지 않고 사회탐구 등 다른 과목과의 통합형으로 나왔습니다. 고려대의 수리 관련 논술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고, 어떤 식으로 답안을 작성해야 합니까.

“수리 논술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지원자 가운데 예상보다 많은 학생이 답안을 잘 써 냈습니다. 수리 관련 논술은 수학문제 풀이가 아니므로 통합논술형 관점에서 답안을 작성해야 합니다. 문제를 풀어 정답을 쓰라는 것이 아니라 그게 무엇이고 왜 그래야 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쓰라는 것입니다. 수리 부분은 앞으로도 통합형으로 출제할 계획입니다. 고려대의 논술은 요구하는 바가 분명합니다. 논제의 요구를 충실히 따라 답안을 작성하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학원에서 배워 외운 답안은 거의 0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게 될 것입니다. 논술은 정답은 없지만 오답은 있는 시험입니다.”

○수시 선발 정원 50% 안 넘어

―교육인적자원부는 2008학년도 입시에서 내신의 비중을 높일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 입시에서 논술 비중이 예상보다 낮을 수 있다는 예상도 있습니다. 내년 입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내년 고려대 입시의 경우 수시에서는 내신 50%와 논술 50%를 반영합니다. 올해까지는 논술 70%를 반영했으니 외형적으로는 논술 비중이 줄어드는 셈입니다. 하지만 고려대에 지원하는 수험생 대부분은 내신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결국 합격 여부는 논술에서 결정될 것입니다.

정시모집의 경우 내년부터 인문 자연 모두 학교생활기록부 50%, 대학수학능력시험 40%, 논술 10%를 반영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수능과 학생부가 등급화되기 때문에 같은 등급을 받는 지원자가 많아질 것입니다. 정시모집에서도 등급 내 학생들의 실력 차이를 구분하는 데 논술 성적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국 논술이 가장 중요한 전형요소가 될 것이라는 말씀이신가요.

“고려대가 최근 수년간 입시에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논술을 통해 다양한 능력과 자질을 가진 학생을 선발했기 때문이라고 믿습니다.”

―내년에 수시와 정시의 모집비율은 어떻게 됩니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고려대는 수시에서 정원의 50% 이상을 선발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기조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년 입시에서는 특수목적고나 자립형사립고 학생들이 내신 등급화에 따라 더욱 불리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습니다. 혹시 이들을 배려하기 위한 방안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바뀌는 내신 제도는 상대평가를 도입하도록 했기 때문에 특목고 출신들이 지금보다 오히려 유리해지지 불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불리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학에서 원점수와 표준점수 등을 활용하면 지금 같은 절대평가 체제에서처럼 불리한 입장에 놓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고려대는 내신을 반영할 때 등급을 고려해 원점수와 표준점수로 변화를 줄 계획입니다. 또 동일계열 특별전형 원칙에 따라 과학영재전형 등 특별전형에서 특목고 출신 지원자에게는 지원자격의 문턱을 낮춰줄 생각입니다.”

○논술 채점 9등급으로 세분화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성적도 등급제로 바뀝니다. 수능 등급 간의 배점차를 대략 얼마나 줄 생각이십니까?

“과거 지원자들의 성적을 가지고 추정할 수는 있겠지만 말 그대로 추정치에 불과해 수험생들에게 정보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과거 고려대에 지원할 수 있는 성적과 실력을 가진 수험생이 지원하는 데 큰 무리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논술 채점의 공정성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습니까.

“채점자의 주관을 배제하기 위해 각종 장치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논술 채점위원으로 선정되면 출제의도, 가채점 결과에 따른 평가 기준 등에 대해 철저한 사전 교육을 실시합니다. 같은 학생의 답안을 2명의 교수가 채점한 뒤 점수차가 심하면 출제 위원이 3차 채점을 합니다. 논술 채점 등급도 9등급으로 세분화해 작은 실력 차이도 골라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논술 문제는 10여 명의 교수가 일주일 이상 합숙하면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 만들어 냅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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