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5K추락원인 'G-LOC'이란?

  • 입력 2006년 8월 18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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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이 6월 7일 동해상에서 추락한 F-15K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한 'G-LOC(G-Induced Loss of Consciousness)'은 '중력 가속도에 의한 조종사의 의식상실'을 말한다.

중력가속도(G)는 한 마디로 전투기가 공중에서 속도를 갑자기 바꾸거나 급선회 등으로 운동방향이 급변할 때 조종사나 기체가 받는 원심력을 말한다.

예를 들면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전투기가 급상승할 경우 조종사는 눌리는 느낌을, 내려갈 때는 뜨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문제는 하늘에서 적기와 싸워야 하는 특성상 전투기는 늘 수평과 상하 수직방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이 때마다 중력가속도가 증가해 조종사의 인체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냥 지상에 서 있을 때의 인체가 받는 중력이 1G인데 비해 우리 공군이 운영하고 있는 F-16 전투기의 경우 최대 9G의 압력을 받는다.

자신의 몸무게가 60㎏ 이라면 9G 상태에서는 540㎏에 이르는 압력을 받는 것이다.

일정 이상의 중력가속도를 받게 되면 조종사들의 뇌에 혈액공급이 줄어드는 대신 다리쪽으로 피가 쏠리는 현상이 발생, 조종사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는 최악의 상황도 올 수 있다.

'의식 상실(G-LOC)'에 앞서 분초를 다투는 짧은 시간이기는 하지만 '그레이 아웃(gray-out)'과 '블랙 아웃(black-out)' 상태를 거친다.

'그레이 아웃' 단계는 시야가 갑자기 흐려지거나 마치 커튼이 닫히듯 시야가 좁아지는 현상을 말하며 일반적으로 4.1G 정도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4.7G 정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블랙 아웃' 단계는 '그레이 아웃' 단계를 넘어 시각이 완전히 상실돼 어둠만이 존재하는 상태며 의식상실의 전 단계다.

'그레이 아웃'과 '블랙 아웃'을 거쳐 G-LOC 상태가 발생하면 골격과 근육은 반응 불능 상태로 빠지며 의식은 완전상실 또는 혼미상태로 접어든다.

이 같은 G-LOC 상태는 비록 일시적으로 지속되지만 초를 다투는 훈련상황에서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중력가속도에 의해 피가 밑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조종사들이 착용하는 'G 슈트'는 일반적으로 1~2G 정도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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