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동서남북/情챙기다 정 맞는다

  • 입력 2006년 7월 13일 06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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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의 기쁨도 잠시, 걸려오는 전화, 찾아오는 사람 대부분이 인사 청탁을 하거나 이력서를 내밉니다. 정말로 죽을 지경입니다.”

5·31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대전권 한 자치단체장의 넋두리다. 밀려드는 청탁에 업무파악할 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라는 것.

민선4기 단체장 출범이 10여 일 지나면서 각 자치단체마다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등 광역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각 기초단체장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많은 지역 주민들은 “선거 공신(功臣)들의 인사 청탁 때문일 것”이라며 “특정인 밀어 넣기, 특정인 밀어내기, 특정인 끌어올리기 등으로 구분 된다”고 말했다.

인사는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이다. 또 독립적이면서도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져야만 ‘만사’(萬事)가 되는 법이다. 하지만 인사에 관한 이러한 희망은 오히려 측근에 의해 크게 훼손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전시의 경우 산하 공기업 책임자에 대한 흔들기는 도를 넘는다.

대전도시철도공사 사장직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하철이 개통된 지 4개월도 안됐다. 시민의 안전을 위한 운행과 조직의 안정적 운영이 절실할 때인데도 ‘전임 시장의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일부에서는 중도사퇴까지 주장하고 있다.

대전지역 관가(官街)에서는 벌써부터 특정인이 특정 자리를 노리고 구사하는 ‘꼼수’라는 소문도 나돈다.

사람을 바꾼다고 모든 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충남도지사의 경우 당분간 대폭 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사권자가 누가 일을 잘하고 누가 필요한 사람인지를 시간을 두고 직접 지켜보겠다는 의지다

한 대학의 행정학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조차 정권이 바뀌면 싹 갈아 치우는 중앙 정치적 사고에 몰입돼 있다”면서 “민선 단체장이 측근의 ‘혀’에 휘둘려 자칫 그릇된 인사를 한다면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우려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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