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1일 전국 시도 교육위원 선거, ‘비교육’ 판쳐

  • 입력 2006년 6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김 교장, 이번에 한번 밀어주세요. 신세 꼭 갚겠습니다.”

경북의 모 중학교 K 교장은 최근 이런 전화를 10여 통이나 받았다. 교육감이나 교육위원에 출마하려는 교육계 선배들이 지지를 부탁하는 내용.

그는 “어떨 때는 하루에 몇 번이나 전화를 받는다”며 “출마 예정자들이 잇따라 교장실을 방문하면서 서로 마주치는 일도 생긴다”고 말했다.

7월 31일 열리는 제5대 전국 동시 교육위원 선거(울산은 8월 11일)를 한 달 앞두고 불법 사전 선거운동이 판치고 있다. 이날 경북도교육감과 대전시교육감 선거도 실시된다.

제주를 제외하고 140여 명의 교육위원을 뽑는 이번 선거는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치른다.

출마 예정자가 부쩍 늘어 시도별 경쟁률이 평균 3∼4 대 1로 예상된다. 올해부터 유급제로 바뀌면서 의정비가 평균 30%가량 인상돼 연간 3500만 원에 이른다. 교육위원은 교육청 예산을 심의하고 행정감사를 하는 등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투표권은 교원과 지역 인사, 학부모 대표로 구성되는 학교운영위원이 갖는다. 전국의 학교운영위원은 11만9000여 명.

법에서 허용하는 선거운동은 후보자 등록(7월 21일)부터 투표일까지 10일 동안 △선거 공보 △소견발표회 △언론사 초청 토론회 등 3가지. 나머지는 모두 불법 선거운동이다.

하지만 출마 예정자의 상당수가 지난해부터 비공식 선거캠프를 차려 놓고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

교장이나 교감에게 “학부모가 지지하도록 해 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운영위원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경북의 경우 교육감 출마 예정자 4, 5명과 교육위원 출마 예정자 30여 명이 학교운영위원 8900여 명의 연락처와 혈연, 지연, 학연을 파악하느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초등과 중등, 교육대와 사범대 출신끼리의 편 가르기 현상도 공공연하다.

경북도교육감에 출마하려는 전직 교장은 “나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거의 막혀 있는 상태라 출신 학교와 지역을 중심으로 지지표를 확보할 수밖에 없다”며 “명함이라도 돌릴 수 있도록 법을 바꿀 필요가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출마 예정자의 지지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운 입장이다.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인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데다 교육계 특유의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

현직 교육장이나 교장이 출마할 경우 낙선하더라도 현직을 유지하므로 학교로서는 상당한 부담이다.

전주, 익산, 무주, 부안 등 4개 시군의 현직 교육장이 교육위원으로 출마하는 전북에서는 교장과 교감들이 출마자의 눈치를 보느라 속병을 앓고 있다.

몇몇 중학교 교장은 “당선되면 필요한 것을 해 주겠다며 도와달라는 요구가 너무 많다”면서 “교육장이 근무평가 권한을 쥐고 있어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경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일상적인 접촉과 사전 선거운동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며 “은밀한 불법 운동이 대부분이어서 일반 공직 선거처럼 적극적인 단속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전주=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