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씨 두음법칙 적용 부당하다“ 첫 판결

  • 입력 2006년 6월 12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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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한자 성(姓)의 한글 표기에 두음법칙을 적용토록 강제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전지법 민사1부(부장판사 손차준)는 12일 호적상 성의 한글 표기를 '유'에서 '류'로 고쳐달라는 유 모(81) 씨의 호적정정 신청 항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허가 결정을 내렸다.

'문화 유(柳)' 씨인 그는 수십년 간 각종 자격증에 성을 류로 표기해 왔으나 1994년 호적법시행규칙의 개정으로 한자와 한글이 병기된 호적에 유로 기재되자 소송을 냈었다.

성 씨에 대한 두음법칙 적용을 둘러싼 논란은 그동안 끊이지 않았으나 일방적 적용이 부당하다는 판결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리(李)'씨, '라(羅)'씨 등의 호적정정 신청이 잇따를 전망이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국가가 개인의 구체적인 상황이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성의 한글표기에 두음법칙 적용을 강제한 것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상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성명은 순수한 고유명사라는 점에서 두음법칙 적용이 원칙적으로 배제돼야 하며 단순히 한글 표기의 통일을 위해 두음법칙을 강제한 것은 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요소인 '소수자 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손 부장판사는 "성에 대한 두음법칙 강제는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규정인데도 법률의 형식을 취하지 않고 행정규칙인 대법원 예규(제520호 제2항)로 규정한 것은 헌법에 위배돼 무효"라고 덧붙였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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