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중병 문화재 “살려주세요”

  • 입력 2006년 4월 8일 07시 00분


코멘트
물에 잠기고 관광객 손길에 마모되고….

야외에 있는 암각화(岩刻畵)와 석탑 등 ‘노천(露天) 문화재’가 관광객의 손에 의해 훼손되고 있다.

문화재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예산부족으로 보존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6일 오후 4시 울산 울주군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천전리 각석(刻石·국보 제147호). 관광객 3명이 손을 짚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각석은 너비 9.7m, 높이 2.7m의 바위 면에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져 있다. 15도 가량 기울어져 비바람에 의한 마모가 적어 수 천년동안 원형이 잘 보존됐다.

하지만 1970년 12월 발견된 이후 늘어난 관람객 때문에 각석 곳곳이 떨어져나갔다.

계명대 한국선사미술연구소가 2003년 7월 울산시에 제출한 ‘천전리 각석 실측 보고서’에 따르면 선사시대 문양 사이에 관람객이 돌과 칼로 새긴 낙서가 30여 곳에서 발견됐다

이곳에서 2km 떨어진 곳의 선사시대 바위그림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제285호)는 더 심각하다.

암각화는 발견되기 5년 전인 1965년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되면서 1년에 8개월 이상 물속에 잠겨 있다.

갈수기에 물 밖으로 나온 암각화는 300여개 음각 문양에 진흙이 채워지고 물이끼가 끼어 언제 원형을 잃을지 모른다.

계룡산 남매탑으로 널리 알려진 청량사지 5층 석탑(보물 1284호)과 7층 석탑(〃 1285호)은 오랜 풍화작용 때문에 몸체에 금이 가고 표면이 깎였다.

암각화와 탑 등 국내 석조문화재는 국보 64기, 보물 442기, 시도 지정문화재 637기가 있지만 대부분 1000년 이상 야외에서 산성비와 바람에 노출됐다.

석조문화재보존과학연구회(회장 김수진·金洙鎭 서울대 교수)는 물에 잠기는 암각화를 보호하기 위해 △하류의 사연댐 수위를 낮추거나 △물줄기를 우회시키거나 △차수벽(遮水壁)을 설치하는 방안을 2003년 7월 제시했다.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3년가량 지난 지금까지 예산부족을 이유로 방치하고 있다.

김 회장은 “비바람과 인위적인 요인에 의해 훼손이 가속화되는 야외 문화재는 박물관 안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모형을 설치하는 등 영구 보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락 기자 rak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