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청계천은 ‘세시풍속 놀이판’

  • 입력 2006년 3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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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청계천변. 봄꽃이 피고 둑에 갖가지 들풀이 자라나면 아이들은 이를 꺾으며 놀았다.

자연을 벗 삼아 놀던 시절 풀은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이었다. 열 살 미만의 남자 아이들은 풀을 서로 맞대고 잡아당겨 어느 쪽이 끊어지지 않는지 겨루는 ‘풀싸움’을 했다. 여자 아이들은 풀로 인형을 만들어 이부자리와 머릿병풍을 쳐놓고 ‘풀각시 놀이’를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다.

1849년 조선 순조 때 학자 홍석모(洪錫謨)가 지은 세시풍속서 ‘동국세시기’에는 음력 3월이면 이처럼 아이들이 풀놀이를 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풀싸움’, ‘풀각시놀이’ 등 한식(4월 6일)을 맞아 벌어졌던 전통민속놀이를 4월 청계천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한식, 단오, 백중, 추석, 설, 정월 대보름 등 세시절을 전후로 청계광장과 광교 등에서 청계천에 얽힌 민속놀이를 재현할 예정이다.

▽생활과 놀이가 어우러진 청계천=오늘날 한강은 강남과 강북을 나눠 서로 다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청계천이 한강 대신 그 역할을 했다.

청계천은 권력을 쥔 양반의 터전 ‘북촌’과 몰락한 양반이나 장인, 상인들이 모여 있는 ‘남촌’ 사이를 흐르며 양반과 서민 문화가 공존하는 생활, 놀이 공간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서울시 시정개발연구원은 최근 조선이 건국됐던 1392년부터 현재까지 고문서, 청계천 주민, 전문가 등을 조사해 청계천에 얽힌 74가지 민속놀이를 찾았다.

이에 따르면 광복 이전까지만 해도 청계천 수표교 인근에서 양반과 서민이 어우러져 연날리기, 다리밟기 등이 벌어졌다. 또 서울 장안에서 가족의 안녕을 비는 연등놀이가, 종로에서는 편을 지어 돌팔매질을 하는 석전 등 다양한 민속놀이가 행해졌다.

▽청계천에서 만나는 우리놀이=서울시는 74가지 민속놀이를 중심으로 우리놀이를 다시 청계천에 되살리기로 했다.

우선 강남에 간 제비가 돌아와 처마 밑에 집을 짓는다는 다음 달 6일 한식을 전후해 자치기, 풀싸움 등 놀이체험과 길놀이, 태껸 등 신명나는 공연이 펼쳐진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로 접어들어 나쁜 달로 봤던 6월. 그네타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등 액(厄)을 제거하는 단오 풍습이 재현된다. 흥을 돋우기 위해 각설이 공연과 북청사자놀음도 벌어진다.

견우와 직녀가 1년에 1번 만난다는 칠석날을 앞두고 7월에는 대동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두 패로 나눠 앞 사람의 허리를 잡고 다른 패의 꼬리를 잡아 자기 뒤쪽에 붙이는 ‘꼬리잡기’ 놀이가 신이 난다.

이 밖에도 윤달인 9월과 10월 추석, 중양절에 비사치기, 연날리기 등 우리놀이와 봉산탈춤, 다리밟기 등 풍성한 민속공연을 만날 수 있다.

청계천에서 만나는 세시 민속놀이
행사일관련 세시시간민속놀이·공연
4월 2일 일요일한식(4월 6일)오후 1∼6시놀이자치기, 풀각시놀이, 풀싸움
오후 2∼6시공연길놀이, 결련태껸, 송파산대놀이
6월 4일 일요일단오(5월 31일)오후 1∼6시놀이그네타기, 창포물에 머리감기
오후 2∼6시공연각설이, 북청사자놀음
7월 2일 일요일칠석(7월 31일)오후 1∼6시놀이돈치기, 공차기, 꼬리잡기
오후 2∼6시공연길놀이, 타악놀이 비나리
9월 3일 일요일윤달오후 1∼6시놀이비사치기, 고무줄놀이, 땅뺏기
오후 2∼6시공연액막이 동해안 별신굿, 봉산탈춤
10월 1일일요일추석(10월 6일)미정-미정
11월 5일일요일중양절(10월 30일)오후 1∼6시놀이연날리기, 팔랑개비 돌리기
오후 2∼6시공연선소리 산타령, 농악, 다리밟기
행사 내내 고누, 굴렁쇠, 제기차기, 구슬·딱지치기 등 우리 놀이 진행.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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