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교수의 눈에 비친 서울대 서울대생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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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트 콜더美존스 홉킨스대 교수
켄트 콜더
美존스 홉킨스대 교수
“하드웨어는 너무 훌륭합니다. 하지만 ‘글로벌 싱킹(global thin-king)’은 아직 부족합니다.”

6개월간의 서울대 국제학대학원(GSIS) 교환교수 생활을 마치고 지난달 31일 워싱턴으로 돌아간 켄트 콜더 미국 존스 홉킨스대 국제학대학원(SAIS) 교수의 눈에 비친 서울대와 서울대생은 이랬다.

어느 곳을 가도 눈에 띄는 최첨단 캠퍼스 건물과 시설, 눈에 띄게 늘어난 외국인 학생들을 보면서 그는 한국 대학의 ‘국제화’를 새삼 실감했다.

“제가 가르친 학생들 중 상당수도 한국으로 유학 온 외국 친구들이었어요. 명실상부한 ‘국제’ 대학원에서 가르친 셈이죠.”(웃음)

그는 일본어에도 능통한 미 외교가의 일본통이다. 미 국무부 소속으로 주일 미국 대사 특보를 거쳐 하버드와 프린스턴대에서 20여 년간 강의했다. 일본 도쿄대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쳤다. 한미일 3국 학생들을 접해본 그에게 한국 학생들에 대한 평가를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 학생들의 명석함은 결코 뒤지지 않지만 보다 넓은 사고의 지평(地平)이 아쉬웠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사고의 확장’을 주문했다.

“제가 받아본 학기말 보고서 주제는 대부분 한국과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무엇 무엇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 ‘한국은 어떤 역할을 할까’ 등등. 하지만 저는 한국의 젊은 인재들이 한반도,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주기를 바랍니다.”

일본 학생들과의 비교도 그의 재미난 분석 중 하나.

“일본 학생들의 경우 어떤 지시를 하면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먼저 타진합니다. 가부(可否) 여부부터 먼저 따져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거죠. 하지만 한국 학생들은 훨씬 더 적극적입니다. ‘할 수 있다’는 말을 먼저 합니다. 물론 항상 성공적 결과로 이어졌다고는 볼 수 없지만….”(웃음)

하지만 그런 열정이 한국의 ‘저력’이 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 교환 교수 방문 기간에 한글을 공부한 것도 서울에서 찾은 ‘보람’ 중 하나.

“한글이 이렇게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라는 사실에 새삼 놀랐습니다. 요즘 길을 가다 눈에 띄는 글자를 읽는 재미에 빠져 있어요.”

그러나 그는 “실력이 아직 초등학생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수줍게 웃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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