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교육현장/‘1인 1전통악기’ 제물포중학교

  • 입력 2005년 6월 7일 07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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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세마치장단에 맞춰 장구를 실제로 연주해봅시다. 누가 이 장단의 구음(口音)을 말해볼까요?”

“선생님 저요, ‘덩 덩 덕 쿵 덕’이요.”

3일 오후 인천 서구 가좌동 제물포중학교 4층 음악실.

대학원에서 국악을 전공한 이은주(43) 음악교사가 1학년 1반 학생들에게 우리 가락과 장단에 맞춰 장구 연주법을 가르치고 있었다.

장구를 치는 솜씨는 대부분 서툴렀지만 입으로 장단을 맞춰가며 장구를 두드리는 학생들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황교식(13) 군은 “처음에 음악시간이 따분했지만 국악을 들으며 직접 악기를 연주해보니 점점 재미를 느끼게 됐다”며 “전통 국악기에는 서양에서 들어온 피아노 등에 견줄 수 없는 깊은 멋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2002년부터 음악시간에 1, 2학년생에게 전통 국악을 교육하고 있다.

1학년은 경기와 전라 등 각 지방민요와 판소리를 배운 뒤 타악기인 북과 장구 꽹과리 징 을 연주한다. 2학년이 되면 네 가지 악기를 이용해 사물놀이를 배우는 과정에서 협연을 통한 공동체의식을 기른다.

가야금과 해금 단소 대금 등 비교적 다루기 힘든 악기를 연주하기 때문에 전교생이 전통악기를 하나 이상 다룰 수 있다.

학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모든 학부모가 참가하는 공개 음악수업이 각 학급별로 열린다. 그동안 학생이 갈고 닦은 판소리와 민요를 부모에게 들려주고 흥겨운 사물놀이 한마당을 펼친다.

악기 연주에 소질이 있는 학생은 음악교사의 추천으로 ‘국악 관현악반’에서 활동하게 된다. 특기적성활동시간에 음악실에 모여 민요에서 드라마주제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연습한다.

학교 월례 조회는 물론 입학식과 졸업식 등 행사에 필요한 음악연주는 이들이 전담한다. 특히 관현악반은 장애인보호시설과 양로원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국악을 연주하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천지역 각 구군이 주최하는 축제가 몰려 있는 4∼6월에는 연주 요청이 잇따라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 지경.

박문용 교장은 “선정적인 대중가요에 찌든 청소년에게 국악을 교육하면 전통문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지난해 인천시교육청이 주최한 제5회 전통음악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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