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맘편히 맘대로 쓰게 하세요

  • 입력 2005년 6월 7일 03시 06분


“일기 쓰기,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서울 경기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일기 쓰기,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서울 경기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다양한 주제로 글쓰기 연습을 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서울 방산초등학교 4학년 박성우(11) 군은 한 번 일기를 쓰면 공책 한 페이지는 훌쩍 넘길 정도로 일기 쓰기를 좋아한다.

이틀에 한 번 정도 일기를 쓰는 박 군은 “소설가가 된 기분이어서 즐겁다”며 “일기장 빈칸에 낙서처럼 그림도 그리면서 자유롭게 그날의 느낌을 쓴다”고 말했다.

박 군의 어머니 전승희(40) 씨는 “아이가 어릴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고 표현력이 좋았다”며 “글쓰기에 부담을 안 느끼는 게 일기 쓰기를 즐기는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일기 쓰기를 심각한 의무로 받아들인다.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아이는 드물다.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 아이의 사고력과 표현력 향상에 큰 차이가 난다.

○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세요

‘쓰라’는 주문에 앞서 ‘어떻게 쓰는지’ 가르쳐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엇보다 아이가 글쓰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첫째, 일기는 특별한 일을 쓰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어떤 걸 써야 할지 모를 경우 대화를 통해 먼저 말로 표현하게 한 뒤 글로 옮겨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다.

직접 겪은 일 뿐 아니라 들은 일, 본 일 등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 모두가 일기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둘째, 매일 한 쪽씩 등 일정한 분량이나 양식을 정해 기계적으로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규격화된 일기장의 형식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쓰고 싶은 것이 많을 때는 많이 쓰고, 쓸 내용이 없을 때는 한두 줄로 간단히 쓰게 한다.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 김형성 간사는 “매일 쓰게 하기보다는 일주일에 하루도 좋고 아이들이 원하는 날에 쓰도록 해 흥미를 잃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셋째, 생활을 반성하는 것이 일기의 전부는 아니다.

일기 끝에 다짐이나 반성을 쓰도록 한다면 또 하나의 틀이 되어서 글감을 고르는 데 자유롭지 못하게 될 뿐 아니라 거짓 글을 쓰게 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넷째, 생각이나 느낌을 많이 쓰라고 강요하지 마라.

있었던 일을 그대로 쓰는 것보다 생각이나 느낌을 넣어 써야 좋은 일기가 된다. 하지만 지나친 강요는 일기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섯째, 다양한 글을 써 보도록 하자.

일기의 글감으로 가장 좋은 것은 흥미를 느끼는 분야이다. 관심 분야를 소재 삼아 일기를 쓰게 한다면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이나 인터넷을 찾아보는 기회가 된다.

저학년은 주로 이야기 글을 쓰게 하고, 고학년은 신문 책, TV 등 주변에서 얻은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글을 써 보게 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편지, 독후감, 만화, 그림, 시 등 다양한 글쓰기 양식을 일기에 접목해도 좋다.

여섯째, 부모도 함께 쓰는 것이 좋다.

○ 고치기보단 답글 달아 주세요

일기장을 ‘검사’한다는 말은 아이에게 큰 부담이 된다.

부모의 강요나 학교 제출용으로 쓴 일기는 솔직한 마음을 담아내기 어렵고 일기에 대한 부정적 기억을 갖게 할 수 있다.

또 틀린 글자를 고쳐 준다며 지우거나 빨간 펜으로 수정하기보다는 답글을 달아 주는 것이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이끌어 주는 방법이다.

대구 금포초등학교 윤태규 교사는 “실수한 일을 썼다고 해서 일기 내용을 가지고 생활지도를 하려 한다거나 시시비비를 가리려 해서는 안 된다”며 “일기를 쓰면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글쓰기 공부를 위해 일기를 쓰는 것은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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