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우려] 韓美, 안보 시각차…동맹 틀 바뀔수도

  • 입력 2005년 3월 9일 06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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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와 미군 추가 감축이 연계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어 주목된다.

다수의 군 관계자들은 그동안 진행돼 온 주한미군의 병력 감축이 한미동맹의 ‘물리적 변화’를 가져온 반면 전략적 유연성은 ‘화학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북 억지력을 통해 한국 안보를 담당해 온 주한미군의 성격이 전면 개편되면 한미동맹의 기본성격도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을 비롯한 해외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이 추진 중인 군사변혁(Military Transformation)의 핵심 개념인 만큼 빠른 속도로 추진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 그러나 국방부는 “미국 측과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는 초기단계이며, 세부 내용은 앞으로 협의 과정에서 가시화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일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전략적 유연성에 이의를 제기한 데 대해 군 관계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일단 국방부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의 발언은 주한미군이 한국의 동의 없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투입돼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제시한 것일 뿐, 전략적 유연성 개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전략적 유연성을 전면 수용하면 동북아의 화약고가 될 수 있는 중국과 대만 분쟁에 주한미군의 개입을 허용할 수 있고, 이는 곧 한국의 ‘자동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정부의 이 같은 원칙을 미국이 수용할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미국이 구상하고 있는 전략적 유연성은 세계 어떤 분쟁지역에라도 미군이 신속히 투입될 수 있는 군사전략을 기초로 하고 있으며, 주한미군도 예외일 수 없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미국은 동북아 패권을 노리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동북아 기동군’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해 왔다.

이 때문에 국방부는 전략적 유연성을 둘러싼 한미 협의가 차질을 빚을 경우 미국 측이 ‘압박카드’로 주한미군의 추가 감축안을 제시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주한미군을 2만5000명 수준에서 추가로 빼는 것을 상정해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의 한 관계자는 “이는 한국 정부의 ‘희망사항’일 뿐, 앞으로 한미동맹의 성격이 변화되는 과정에서 추가 감축은 얼마든지 고려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정면으로 거론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노 대통령이 2003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향후 10년 내의 자주국방 토대 구축’을 강조한 이래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군 관계자들은 “현재 한미 간에 진행 중인 안보정책구상회의(SPI)의 주요 의제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한미 간 지휘체계 문제”라며 “한국군이 추진 중인 협력적 자주국방의 틀을 갖추기 위해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조만간 제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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