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아이가 길위에 있어요”… ‘스쿨존 서행’ 위반 급증

  • 입력 2004년 11월 2일 18시 43분


코멘트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도입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법적으로 차량들이 30km 이하로 서행해야 하는 학교 인근 400m 이내 지역) 제도’가 일부 지역에서 사실상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경찰청이 한나라당 박찬숙(朴贊淑)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스쿨존 내 법규 위반 건수는 2002년 8만6838건, 2003년 10만4751건, 올해는 8월까지 16만5197건으로 해마다 크게 늘었다.

특히 속도위반은 2002년 1만7114건, 2003년 1만978건, 올해는 8월까지 4만8984건으로 급증했다.

200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14세 이하 어린이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8명으로 27개 회원국 중 가장 많았다.

인터넷 ‘어린이 안전학교(www.go119.org)’ 내 ‘이곳이 위험해요’ 게시판에는 스쿨존임에도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없거나 근처에 사설 주차장이 들어서 등하굣길이 위험하다는 신고 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A초등학교 녹색어머니회 소속 박순옥씨(42)는 “어머니들이 깃발을 들고 교통정리를 해도 그냥 지나가는 차들이 많다”며 “그나마 하굣길에는 교통정리를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스쿨존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경찰의 꾸준한 단속 외에도 제대로 된 시설 마련과 운전자들의 협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린이교통안전연구소 허억(許億) 소장은 “가장 큰 문제점은 운전자들이 어디가 스쿨존인지 잘 모른다는 점”이라며 “외국처럼 스쿨존 내 도로는 아예 다른 색으로 표시한다든가 횡단보도를 인도로 만들어 스쿨존임을 확실히 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