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바다서 사냥을”… 지귀도등 6곳 이색피서 인기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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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웅, 퍽.”

1일 오후 제주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리 앞바다의 무인도인 지귀도 부근 수중 18m 아래. 스쿠버다이버 이모씨(62)의 손을 떠난 작살이 ‘갯바위의 황제’로 불리는 돌돔에 꽂혔다.

돌돔을 챙기자마자 벵에돔이 시야에 들어왔다. 이씨의 작살이 이번에도 여지없이 벵에돔을 관통했다. 잡힌 돌돔과 벵에돔은 족히 50cm가 넘었다.

다른 곳이었다면 이씨는 불법 수산물 포획으로 쇠고랑을 찼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법의 보호를 받는다. 제주국제자유도시특별법이 수중사냥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관광유어장’이기 때문이다.

지귀도의 수중세계는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다. 연산호의 일종인 가시수지맨드라미, 분홍바다맨드라미가 암반을 덮었고 길이 2m가 넘는 해송(무낭으로 불리는 각산호류)과 부채산호가 조류에 따라 춤을 춰 마치 수중 꽃동산에 온 느낌이 든다.

지귀도다이빙클럽 강익찬씨(49)는 “지귀도의 어종이 다양해 수중사냥에 관심 있는 다이버들에게는 최적의 포인트”라고 말했다.

수중사냥이 공식적으로 허용된 곳은 모두 6개소. 지귀도를 포함해 북제주군 애월읍 애월리와 한림읍 수원리, 남제주군 대정읍 상모리와 성산읍 온평리, 서귀포시 토평동 등이다.

관광유어장은 수중체험에 나서는 스쿠버다이버와 해산물 훼손을 우려하는 해녀들과의 마찰을 없애기 위해 2001년 처음 도입됐다.

또 일정 구역을 개방함으로써 다른 지역의 수중환경을 보호하려는 것도 ‘수중사냥터’를 만든 요인이다.

스쿠버다이버 1명이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고기는 2마리. 잡은 고기를 매매할 수는 없다. 또 다금바리, 붉바리 등 희귀어종은 잡을 수 없다. 1인당 입장료는 3만∼5만원.

위미어촌계장 고방길씨(46)는 “관광유어장이 들어선 이후 해녀들과 스쿠버다이버 사이의 분쟁이 사라졌다”며 “어촌계에도 짭짤한 수입을 안겨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관광유어장을 찾은 이용객은 지난해 473명에 불과했다. 수중사냥터가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운영 및 관리시스템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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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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