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정유 비축분 15일후면 바닥

  • 입력 2004년 7월 20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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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LG칼텍스정유의 주조정실. 노조원이 모두 철수해 텅 비어 있다. LG칼텍스정유의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것은 1967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여수=연합
파업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LG칼텍스정유의 주조정실. 노조원이 모두 철수해 텅 비어 있다. LG칼텍스정유의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된 것은 1967년 설립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여수=연합
LG칼텍스정유의 사상 첫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에너지 공급 부족과 산업생산 차질로 산업계가 몸살을 앓을 전망이다.

LG칼텍스정유는 20일 여수 공장과 서울 본사의 엔지니어, 퇴직 근로자 등을 투입해 공장 재가동 준비에 들어갔지만 완전 가동까지는 7∼20일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사측은 이날 오후부터 공장 시설물에 대한 안전점검 등 사전준비 작업을 거쳐 21일부터 일부 공정의 가동에 들어가기로 했으나 전체 공정이 연계돼 있어 완전 가동까지는 빠르면 7∼10일, 길게는 20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정유회사 특성상 설비 가동을 한 번 중단하면 배관 등에 남아 있는 폐가스나 액체 등을 모두 빼내 소각해야 하고 재가동을 할 때도 가스 등을 다시 채우고 온도나 압력을 서서히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완전 가동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말했다.

정유회사는 원유를 수입한 뒤 이를 정제해 차량 등의 운송용 연료와 석유화학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생산하기 때문에 국가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내 2위 정유회사인 LG칼텍스정유는 1967년 LG와 미국 셰브론 텍사코가 50 대 50의 비율로 투자해 만든 합작법인으로 하루 65만배럴을 정제해 왔다.

▽휘발유 공급이 걱정거리=LG칼텍스정유는 국내의 승용차 버스 철도 항공기 선박 등이 사용하는 연료의 30%를 공급하고 있으며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 석유제품 재고는 15일간 분량이라고 밝혔다.

산업자원부 염명천 석유산업과장은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은 문제가 없는데 휘발유가 걱정”이라며 “앞으로 15일 정도 버틸 수 있으며 이후에는 SK㈜ 등 다른 정유회사들이 수출물량을 내수로 돌리고 공장가동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국 2800여개 주유소로 운송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일부 지역의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LG칼텍스정유는 “국내 정유회사의 석유제품 비축량은 29일분이지만 수출용을 제외한 내수용 재고는 10일분에 불과하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측은 공장을 재가동하기 위해 시설 점검에 나섰다.

정유공장은 원유가 투입되면 공정별로 휘발유 나프타 아스팔트 등이 나온다. 가동이 중단되면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간 재료들이 굳어버린다. 굳어버린 재료를 긁어내는 데 7∼20일이 걸린다.

▽나프타 공급 차질=LG칼텍스정유는 하루 8만1000배럴의 나프타를 생산해 여수산업단지 내 LG석유화학(3만7000배럴) 여천NCC(2만7000만배럴) 호남석유화학(1만7000배럴) 등에 공급한다. 이는 여수단지 전체 공급물량의 40% 수준.

석유화학회사는 나프타를 분해해 플라스틱과 농업용비닐에 사용되는 에틸렌 폴리에틸렌 등을 생산한다.

LG칼텍스정유의 나프타 재고량은 3일분에 불과해 22일까지만 공급된다. 호남석유화학 박수성 공정담당은 “연간 계약물량의 40%를 LG에서 공급받는데 공장 가동이 중단돼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면서 “이달 말이면 재고량이 바닥나기 때문에 원료 부족에 따른 조업 단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여수=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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