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청마우체국’ 계명 계획 추진 차질

  • 입력 2004년 6월 20일 21시 11분


코멘트
경남 통영문인협회(회장 정해룡·丁海龍) 등이 통영시 중앙동우체국을 ‘청마(靑馬) 우체국’으로 개명하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청마는 이 지역 출신 시인인 유치환(柳致環·1908∼1967)의 호.

경남지역 시민단체는 최근 “청마의 문학 및 행적에 친일 의혹이 있다”며 개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통영문협과 청마의 유족들은 법적대응 방침을 밝혔다.

▽‘청마 우체국’ 추진=통영문협은 청마가 시조시인 정운 이영도(丁芸 李永道·1916∼1976)와 연서(戀書)를 주고받는 창구였던 통영우체국(현 통영중앙동우체국·지하 1층 지상 3층)의 문패를 바꿔달기 위한 개명작업을 4월부터 추진해 왔다.

주민 서명을 받아 정보통신부에 우체국 이름 변경 건의서를 제출하는 한편 이 건물 3층을 임대해 청마의 서적과 유품을 전시해 판매하고 매년 10월 ‘청마 추념 편지쓰기 대회’도 연다는 구상이었다. 통영에는 정량동에 청마문학관이 들어서 있고 중앙동 우체국이 포함된 중앙동∼문화동 사이 200m는 ‘청마거리’로 지정됐다.

▽시민단체 반대=3·1동지회 통영시지회와 민족문학경남작가회의 등 8개 시민, 사회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통영은 충무공의 얼이 숨쉬고 있는 호국 충절의 도시”라며 “청마의 친일문학과 친일행적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기념사업이나 구조물 건립도 추진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현재 운영중인 청마문학관과 청마문학상에 대한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청마가 1940년대 쓴 시 ‘수(首)’와 ‘북두성’이 친일색채를 띠고 있으며 일부 학자도 청마의 친일의혹을 제기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최정규(崔正圭) 전 민족문학경남작가회의 회장은 20일 “사회적 공인에 대한 정확한 평가 없이 허울만 씌우는 것은 ‘문화적 범죄행위’와 다를 바 없다”며 “의혹을 명백히 밝힌 뒤 기념사업을 벌여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유족과 통영문협 대응=통영문협과 청마 유족, 청마문학회 등은 최근 대책회의를 열고 우체국 개명작업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문제를 제기한 단체는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통영시의회의 동의를 얻어 7월 중 개명 건의안을 의회에 내기로 했다.

통영문협 김순철(金淳鐵) 사무국장은 “청마가 친일을 했다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기미 독립선언에도 참여한 대 시인을 모독하는데 대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마는 국회와 민족문제연구소가 밝힌 친일인사 명단에도 들어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당초 개명작업에 긍정적이던 정보통신부는 시민단체가 반대의사를 밝힘에 따라 아직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는 사람 이름을 딴 우체국이 없다.

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