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교 교장이 단식하는 이유

  • 입력 2004년 5월 27일 18시 43분


코멘트
전교조 교사 3명이 석가탄신일 사면을 받은 것에 항의해 한 고교 교장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교직에 몸담아 온 60대 초반의 교장이 의사표시 방법으로 단식농성을 택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사면을 받은 사람들은 연가투쟁으로 사법 처리되었던 교사들이다.

단식 중인 고교 교장은 ‘이번 사면은 전교조 교사들을 영웅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항의했다. 또 “전교조 교사들이 교육을 파행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몇 마디 말만 들어보아도 학교가 얼마나 사분오열되어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같은 학교에서 교장과 전교조 교사들이 냉랭하게 등을 돌리고 있고, 교사들끼리도 소속된 교육단체에 따라 나뉘어 있다. 교직사회가 서로 강한 적개심을 품고 있는 게 오늘날 학교 현실이다. 교육당국이 ‘공교육 살리기’를 외쳐 대지만 교단이 이렇게 쪼개져 있어서야 제 아무리 훌륭한 정부대책이 나온들 공염불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면조치를 보고 떠오르는 의문은 청와대가 과연 교육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교육계에서 ‘전교조의 힘’은 학교는 물론 교육당국마저도 눈치를 볼 만큼 갈수록 막강해지고 과격성, 투쟁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는 첨예한 갈등국면에 놓여 있는 교육계 어느 한편에 힘을 실어주었다고 오해를 살 만한 일은 삼가야 옳다.

어느 교장의 단식투쟁은 학교운영을 책임진 교장의 입장에서 더는 물러설 자리가 없다는 절박한 사정을 웅변하는 게 아니겠는가. 교육문제가 진정 시급한 현안이라고 여긴다면 정부는 교직사회의 화합과 공존을 위해 특단의 조치부터 내놓아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