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종훈/본질 외면하는 노동부

  • 입력 2004년 4월 28일 19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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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24일자 기사 ‘노동부의 한 건 욕심’이라는 ‘기자의 눈’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해 왔다.

노동부는 기사 가운데 ‘김 장관은 “일자리창출협약에 민주노총 광주(지역노조)도 참여한 것으로 안다”며 “민주노총 중앙이 독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는 대목과 관련해 김 장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정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기자는 김대환 장관이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22일 고건(高建)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주재의 노사정간담회를 직접 취재하지는 않았지만 총리실 풀기자(특정 행사에 대한 기자단 대표 취재기자)가 배포한 김 장관과의 대화 원문을 그대로 인용했다.

기자의 상식으로 볼 때 수십명의 기자를 대표한 풀기자가 장관이 하지도 않은 발언을 작문했으리라곤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를 쓰기 전에 그 기자와 통화를 해 다시 한번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기자는 김 장관이 공보관실을 통해 전달해 온 상반된 주장도 중시했다. 23일자 ‘민노총 5개 기업 협약 참여’ 기사에 김 장관의 반론을 그대로 반영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김 장관과 풀기자는 발언의 실체를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장에 없던 기자로선 그 ‘진실’을 보도하기까지 확인작업에 최선을 다했다. 현재로선 노동부의 주장이 꼭 진실에 부합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는 상태다.

정정요청을 접하면서 실망스러운 것은 노동부가 ‘기자의 눈’이 말하고자 하는 취지는 도외시하고 억지를 부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일자리협약에 그동안 반대해 온 민노총 소속의 일부 노조가 장관의 말대로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면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장관의 말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민노총의 주장이다.

24일자 기자의 눈은 노동부가 작은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무리하게 일을 서두르다 정작 중요한 신뢰를 잃을까 우려한 것이었다. 노사정의 상생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진정한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 아닐까.

이종훈 사회1부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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