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훈고 파장, 평준화 논란으로 비화

  • 입력 2004년 2월 27일 16시 56분


코멘트
법원이 26일 완공되지 않은 경기 충훈고에 학교에 자녀를 보낼 수 없다며 재배정을 요구해 온 학부모들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교육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법원의 이번 결정 이유가 '시설공사가 완료되지 않아 학생들의 안전 및 수업에 지장이 있다'는 점에만 국한된 것으로 애써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경기 등 일부 고교 평준화 지역에서 최근 학부모들의 학교 재배정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법원 결정이 학교선택권 확대 논란에 기름을 끼얹질 가능성이 높다.

▽공사판 학교 얼마나 되나=교육부에 따르면 현재 공사가 끝나지 않은 채로 개교해야 하는 학교는 충훈고를 포함해 전국에 11개교. 이 가운데 6곳은 충훈고처럼 공사 중인 상태에서 개교 한 뒤 일부 시설만을 활용해 교육해야 하고 나머지 5개교는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인근 학교에서 더부살이를 해야 한다.

공사 중 개교하는 학교에 대한 논란은 최근 해마다 불거져 왔다. 이는 정부가 과밀학급을 없애기 위해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전국에 1202개교를 새로 짓고 1만6264개 학급을 늘리는 '7·20 교육여건 개선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공사를 마무리하기도 전에 개교하는 경우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개교하는 학교는 첫 해에 1학년만 입학시키기 때문에 일부 시설만 완공되면 개교하는 것이 관례였다"면서 "앞으로는 개교 전에 완공이 확실한 학교에 한해서만 학생을 배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평준화 논란으로 비화=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자녀를 집에서 먼 학교나 대학 진학률이 낮은 학교에 보내야 하는 학부모들의 재배정 요구가 속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서울 경기 광주 충북 등 일부 평준화 지역에서 발생한 '원거리 배정'에 대한 학부모의 민원이 '우수 학교'에 배정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녀가 명문대 진학률이 높은 학교에 배정받으면 거리가 멀어도 불만이 없지만 우수 학교가 가까이 있는데 먼 학교에 배정되면 어김없이 학부모 민원이 제기된다는 것이다. 고교 평준화 제도에서도 엄연히 학교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고교평준화 적용 지역에서 학생이 배정된 학교에 입학을 포기하는 경우 다른 학교에 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현행 고교 평준화제도가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은 사실이어서 법원의 이번 결정이 최근 다시 불붙고 있는 고교평준화 논란을 더욱 확대시킬 가능성도 없지 않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