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못믿어 내게 돈 줬다”서정우씨 첫 공판

  • 입력 2004년 1월 13일 18시 15분


코멘트
삼성 등 주요 대기업에서 36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서정우(徐廷友·변호사·사진) 전 이회창(李會昌) 한나라당 총재 법률고문이 13일 첫 재판에서 공소 사실을 대부분 시인했다.

서씨는 이날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2002년 11월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에서 돈을 받아 이재현(李載賢)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에게 전달했으나 영수증 처리를 하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서씨는 삼성에서 받은 112억원어치의 채권이 한나라당에 실제 유입됐는지에 대해 “누군가에게 의뢰해 채권을 현금으로 바꿔 이 전 국장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채권이 한나라당에 유입된 증거가 없어 채권이 유용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하고 있다.

서씨는 “대기업의 임원들이 뭐라고 하면서 돈을 줬느냐”는 재판장의 신문에 “한나라당에 자금을 지원하고는 싶은데 정치인들을 못 믿겠고 당신이면 믿을 수 있다고 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기업 관계자들은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실이) 당 관계자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덧붙였다.

서씨는 또 “이 전 총재는 불법 모금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는데 당신은 왜 부인하느냐”는 검찰의 추궁에 “보고한 적 없다. 이 전 총재가 개인적인 부담 때문에 그렇게 진술한 것 같은데 이 전 후보는 그런 일에 관여할 성격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서씨는 “김영일(金榮馹) 당시 사무총장에게 돈 받은 사실을 말하지 않았으며 이 전 국장에게도 돈의 출처를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씨의 변호인단은 이날 재판 시작 전 밝힌 변론 입장에서 “서씨는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변명할 것이 없으며 반성과 속죄밖에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다음 재판은 27일 오전 10시.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