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기업24시/토박이 기업…금형-부품가공 화산정밀㈜

  • 입력 2003년 12월 2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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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대리, 요즘 무슨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혼자만 괴로워하지 말고 나에게 속 시원하게 털어놓지.”

“사실은 아이가 아파 병원에 입원했는데 곧 수술해야 한답니다. 치료비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 걱정입니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 춘의동 화신정밀㈜의 박기홍 회장(48)이 직원들과 흔히 나누는 대화의 한 대목이다.

박 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종업원들과 1대 1로 대화를 나눈다. 주로 하루 일과가 끝난 뒤 회사 부근에 있는 식당에서 삼겹살 안주에 소주잔을 서로 부딪치며 직원들과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한다.

대화의 주제는 자녀교육 등 가정문제에서부터 회사 운영과 관련된 건의에 이르기까지 제한이 없다. 120여명의 직원은 저마다 마음 깊은 곳에 숨기고 있던 고민까지 들어주려는 그의 노력에 신뢰를 느낀다.

그는 가족의 투병 등으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직원이 있으면 재무담당자를 불러 무이자로 대출해 주라고 지시한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1989년 11월 이 회사의 전신인 금형(金型) 및 부품 가공업체 화신방전을 부천에 차렸다. 금형은 금속 등의 재료를 가공해 각종 제품을 생산하는 ‘틀’을 만드는 업종.

그는 이 회사에서 만든 금형으로 휴대전화와 컴퓨터, 복사기 등에 사용하는 400여종의 플라스틱 사출성형 제품을 생산하는 화신전자와 전자부품인 커넥터를 생산하는 화신커넥터도 운영하고 있다.

“금형을 왜 사양(斜陽)산업이라고 하는지 도대체 이유를 모르겠어요. 신기술만 도입하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무한한 분야이거든요.”

최근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문을 닫는 업체들이 늘고 있지만 이 회사는 내년에 생산할 물량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금형산업이 발달한 일본의 한 기업과 협약을 맺어 초정밀 금형기술을 개발해 올 초부터 항공기용 커넥터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으로 주요 생산품목을 전환했기 때문. 금형의 정밀성을 높이기 위해 3차원 계측기 등 첨단장비 10여종도 보유하고 있다.

9월부터 생산직 사원들을 일본의 기업에 정기적으로 파견해 신기술을 배우게 하고 있다.

그는 “자질만 갖추면 생산직 출신 사원에게 경영을 맡길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올 매출은 지난해보다 100억원 가량 늘어난 4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회사의 매출액 등 살림살이는 투명하게 공개된다.

그는 직원들과의 회식을 마칠 때면 “여러분의 가정(경제)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대신 여러분은 회사를 책임져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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