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F1유치, 도민부터 설득하라

  • 입력 2003년 10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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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문제는 보도도 많이 되고 전 국민이 관심을 가졌는데 국제적으로 더 인정받는 F1을 유치하려 해도 시큰둥하니….”

김혁규(金爀珪) 경남도지사는 20일 ‘F1(포뮬러 원) 자동차 경주대회 양해각서 체결’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이처럼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다. F1 유치를 위해 애쓰는 자신의 열정을 몰라주는 언론과 국민이 답답하다는 얘기였다.

“사전 검토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유치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돈을 들여 타당성 조사를 하기는 어려웠으며, 유치경쟁이 치열해 비밀 유지도 필요했다”고 말했다.

F1 경주장 건설과 행사 개최에는 적어도 3000억원이 들어간다. 특히 경남은 일본의 스즈카(鈴鹿) 서킷처럼 자동차 회사가 경주장을 만들고, 대회를 주관하는 것도 아니다.

수 천 억원대의 예산 투입은 가볍게 넘기면서 타당성 조사비용이 아깝다는 김 지사의 말을 수긍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F1 유치보다도 대회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김 지사가 모를 리 없다.

보안 운운도 김 지사 스스로 “양해각서 체결은 2001년 F1 유치를 공식 선언한 지 2년 만에 거둔 쾌거”라고 자랑한 점에 비춰 눈 가리고 아웅 격이다.

김 지사는 “동북아 물류중심 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이벤트를 통해 세계인을 불러 들여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일본의 F1 대회를 찾는 ‘세계인’이 많지 않은 점에 비춰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또 F1이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라는 김 지사의 주장은 도민들의 느낌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더구나 김 지사가 내부 동의도 얻지 못한 상태에서 “국가사업으로 추진해 달라”며 성급하게 정부 설득에 나서고 있어 도민과 도의원 공무원들은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의 말처럼 자동차 생산 세계 6위에다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 확산 등 F1을 유치할 만한 여건은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면 첫 행사가 개최될 2009년에는 분위기가 호전돼 김 지사의 ‘혜안(慧眼)’에 높은 점수가 매겨질지 모른다.

그렇게 훌륭한 일이라고 확신한다면 김 지사는 국민과 언론을 탓하지 말고 F1이 왜 필요한지, 실질적인 이익은 무엇인지, 신 항만 부지가 적합한지 등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내놓고 도민들을 이해시키는 일부터 해야 한다.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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