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이 불법 선거운동 했어도 공모 안했으면 당선자는 무죄"

  • 입력 2003년 10월 7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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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선거운동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명박 서울시장이 7일 오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서울지법을 나서고 있다. -박영대기자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명박 서울시장이 7일 오전 무죄를 선고받은 뒤 밝은 표정으로 서울지법을 나서고 있다. -박영대기자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金秉云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불법 홍보물뿐 아니라 자신의 저서를 무상으로 배포한 혐의(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2년이 구형된 이 시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시민 등에게 불법홍보물 9만여부가 발송된 것은 피고인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인 신모씨가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혼자 주도한 것이며, 당시 한나라당 시장후보 경선에만 전념하고 있었던 피고인이 이를 묵인하거나 공모했다는 직접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되지 않은 신씨와 김모씨에게 돈을 지급한 혐의(선거법상 금품수수)에 대해 “신씨에게 준 돈은 급여일 뿐 선거운동과는 무관하며, 김씨에게 지급된 돈도 피고인의 수행비서여서 (급여 차원으로)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시장은 공판 직후 “지난해 대선을 20일가량 앞둔 상태에서 조사도 받지 않았는데 갑자기 기소 통보를 받아 의아했다”며 “오늘 판결로 아직 대한민국에 법이 살아있음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찰은 “관련 자료를 검토해 보완한 뒤 즉각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지난해 2월 자신의 저서 ‘절망이라지만 나는 희망이 보인다’의 출판기념회 이후 선거운동원 신씨를 통해 참석자와 시민 등 9만여명에게 홍보 성격을 띤 감사장을 발송하고 이 책 2770부를 한나라당 중앙당과 지구당 등에 무상 또는 헐값으로 배포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불구속 기소됐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선거법 위반으로 1심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지면 직무가 정지되며,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확정판결을 받으면 직위가 상실된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검찰 "돈 받고 뛴 사람과 연관 없다니"▼

서울지법이 7일 이명박 서울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으나 그의 핵심 선거운동원이었던 신모씨가 같은 사안에 대해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논란이 예상된다.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은 신씨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시장의 저서 출판기념회를 기획, 불법홍보물을 배포하고 이 시장의 저서를 무상 또는 헐값에 한나라당 중앙당 등에 배포한 혐의로 지난해 10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신씨는 이 시장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이다.

검찰은 지난달 이 시장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공범인 신씨가 같은 사안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징역 2년을 구형했고, 이 때문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시장의 무죄판결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았다.

이 사건 재판부도 이날 신씨가 출판기념회 전 이 시장과 전화로 한두 차례 초청인사 선정에 대해 논의하는 등 이 시장과의 공모 가능성이 있다는 검찰측 주장을 일부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신씨가 모두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일 뿐 이 시장과 공모하지 않았다는 변호인측의 주장과 증거가 더 신빙성이 크다며 이 시장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 피고인측이 제출한 증거들이 ‘공모관계가 없을 수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들게 하기 때문에 공모관계를 인정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 예로 이 시장이 선거법 위반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정황을 들었다. 시장 선거 출마를 앞두고 있던 이 시장이 2002년 신년 연하장 발송시 홍보 및 선전 문구를 전혀 넣지 않았고, 같은 해 신년 하례회장에서도 “책을 무상으로 나눠주면 선거법에 위반된다”며 측근에게 주의를 주는 장면이 당시 녹화된 동영상에 나온다는 것이다.

또 당시 이 시장이 한나라당 시장후보 경선에 전념하느라 나머지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일임한 점도 인정됐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는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정황적 증거가 포착되면 공모관계를 인정하게 돼 있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대해 검찰은 “선거법처럼 미묘한 사건은 직접 증거가 없는 것이 당연한데 심증은 있으나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신씨가 이 시장의 허락도 없이 수천 권의 책을 처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고 수행비서 김모씨에 대한 월급이 과연 선거와 무관한 보수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공소사실과 무죄 판결 취지
검찰의 공소사실법원의 무죄 판결 이유
이명박 시장이 선거운동원 신모씨와 공모해 불법홍보물을 배포하고 저서를 무료로 나눠주는 등 불법 선거운동을 했다.신씨의 혐의에 대해서는 이미 1심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이 시장이 공모했다는 증거보다 공모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우세하므로 무죄.
이 시장이 신씨에게 선거운동을 시키고 1300여만원을 지급했다.신씨가 받은 돈은 이 시장이 준 것이 아니라 신씨가 이 시장 형이 운영하는 회사에 다니면서 받은 월급이므로 선거활동과는 무관.
이 시장이 수행비서 김모씨에게 선거운동을 시키고 1000만원을 지급했다.김씨는 1996년부터 이 시장의 수행비서였으며 단지 이 시장을 옆에서 보좌한 것에 불과하므로 이 돈은 선거활동과 무관하게 지급된 급여.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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