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한몸’ 붕어 크게 늘었다…환경호르몬 영향

  • 입력 2003년 10월 2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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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호르몬(내분비계 장애물질)의 영향으로 몸 안에 이성(異性) 생식세포가 생긴 어류가 20마리 중 1마리꼴로 발견됐다.

국립환경연구원은 지난해 3월부터 올 8월까지 전국 20개 지점에서 800마리의 붕어를 채집해 환경호르몬의 생태영향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12개 지점 38마리(4.8%)에서 생식 이상을 발견했다고 2일 밝혔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어류뿐 아니라 인간 등 포유류도 대기와 토양, 하천에 남아 있는 화학물질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붕어의 생식세포를 4등분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수컷에서 암컷의 난모세포가, 암컷에서 수컷의 정소조직이 발견되는 등 자웅동체(雌雄同體)의 징후가 나타난 개체가 38마리나 됐다.

영산강 수계인 전남 나주시 남산동 나주교 주변에서는 40마리 가운데 7마리(17.5%), 태화강 수계인 울산 북구 명촌동 명촌대교 지점에서는 40마리 중 6마리(15%)가 이성 생식세포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소개구리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00마리 중 6마리(0.8%)에서 이성 생식세포가 관찰됐다.

이 비율은 2000∼2001년 조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붕어와 황소개구리가 각각 0.4%, 0.3%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국립환경연구원은 “이번 조사의 분석기법이 과거보다 정교해져 이성 생식세포 출현율이 높아졌다”며 “외국의 비(非)오염지역에서도 어류는 4∼18%, 양서류는 2∼4%가 이성 생식세포를 갖고 있어 아직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립환경연구원은 오염이 우려되는 지역에 대해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대표적인 환경 호르몬인 다이옥신 관리를 강화하는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물체 내의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방해해 생식 이상, 기형, 각종 암을 유발하는 물질로 DDT 등 농약류, 페놀 등 산업용 화학물질, 다이옥신 등 소각장 부산물, 납 카드뮴 등 중금속이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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