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학원街도…” ‘사교육 1번지’ 서울대치동 불황 불똥

  • 입력 2003년 9월 22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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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1번지’에도 불어 닥친 불황의 그늘.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가 경기침체의 장기화 등으로 심각한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보습교육협의회 강남구협의회에 따르면 현재 대치동 일대에는 신고된 학원 수만 190여개, 과외방까지 합치면 모두 500여개에 이르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돼 있다. 이 같은 학원과 과외방 수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수강 과목을 줄이는 학생이 늘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이 상당수에 이른다. 이에 따라 학원을 사고파는 거래도 얼어붙고 있다.》

▽실태=강남구 대치동 A학원은 요즘 수강료를 연체하는 학생들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종합반과 단과반을 합한 전체수강생의 10%나 되는 학생들이 2, 3개월가량 학원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

이 학원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도 겪어보지 못했던 학원비 체납 현상이 최근 몇 달 새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며 “돈을 가져오라고 닦달할 수도 없는 형편이라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놓았다.


카드 할부로 학원비를 내는 경우도 눈에 띄게 늘었다. B학원의 경우 절반가량의 학생이 카드로 학원비를 내고 있는데 이 중 할부로 납부하는 학원생이 지난해 10%에서 60% 정도로 껑충 뛰어올랐다는 것.

이 같은 현상은 특히 200평 미만의 중간 규모 종합학원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지만 단과학원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

이 일대에서 비교적 ‘잘 나가는’ 학원으로 불리는 C수학전문학원 원장은 “학원비가 비싸다며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모들이 늘어나는가 하면 수강 여부를 결정할 때도 이것저것 까다롭게 따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학원 거래를 알선하던 부동산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년의 경우 여름방학을 앞두고 6월이 되면 특강반 개설을 위해 교실을 확장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기 마련인데 올해는 이런 학원 거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또 건물 임대료는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권리금이 3분의 1 이상 떨어져 학원 운영을 압박하기도 한다.

60여평 규모의 학원을 내놓은 D학원 관계자는 “지난해 9월 9000만원이던 권리금이 지금은 5000만원으로 뚝 떨어졌지만 입주하려는 사람이 없다”며 “대치동 내에서도 목이 좋아 내놓기가 무섭게 나가던 자리인데 3주째 감감무소식”이라고 털어놓았다.

▽원인=가장 기본적인 원인은 경기침체의 장기화.

한국개발연구원 우천식(禹天植) 연구위원은 “최고 부유층을 제외한 상류층 가계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회 전반의 사교육비 지출능력이 한계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며 “확장 일로를 걷던 대치동 학원가가 불황을 맞아 조정기에 접어든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장명주 전국보습교육협의회 강남구협의회장은 “강남 전체로 볼 때 사교육 시장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사교육 시장이 대형 학원과 소규모 과외방으로 양극화되면서 중간 규모의 학원들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물론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도 사교육비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있지만 경기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최고 부유층 자녀들은 고액의 특정 과외방으로 몰리고 있어 학원들의 경영난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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